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로봇들이 무더기로 해킹 위협에 노출됐다. 협동 로봇의 대명사인 유니버설 로봇은 물론 일본 소프트뱅크의 페퍼와 나오, 중국 UB테크의 알파 시리즈 등이 포함됐다.

포춘에 따르면 사이버보안 솔루션 업체인 IO액티브가 다양한 상용 로봇 제품을 대상으로 해킹 위협을 테스트한 결과 유명세를 타고 있는 로봇들이 해킹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기술기업인 테라다인(Teradyne)의 유니버설 로봇(Universal Robots)이 판매하는 산업용 로봇 모델에서 주요한 보안 결함이 발견됐다. 소프트뱅크의 페퍼와 나오, UB테크 로보틱스의 알파1과 알파2에서도 유사한 이슈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유니버설 로봇, 해킹으로 안전 기능 무력화

IO액티브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같은 취약성으로 인해 로봇이 감시 장치로 전환되거나 소유주를 비밀스럽게 감시하는데 쓰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로봇이 납치되어 사람을 해치거나 자산을 손상시키는데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유니버설 로봇은 다른 여러 산업 모델과 마찬가지로 안전 펜스에 가두지 않고 사람과 함께 작업하도록 설계된 협동 로봇이다. 그러나 IO액티브는 원격으로 소프트웨어를 해킹해 로봇을 제어하고 핵심 안전기능을 무력화시켜버렸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해를 가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IO액티브는 이러한 기계가 충분히 크고 강력하기 때문에 "저속으로 움직인다 해도 그 힘은 두개골 골절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우려한다.

소프트뱅크의 페퍼와 나오의 경우에도 사이버 공격자가 오디오와 비디오를 녹음하고 이를 외부 서버에 몰래 전송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UB테크의 알파시리즈 가정용 로봇은 저장 및 전송하기 전에 캡처한 중요 정보를 암호화하지 않기 때문에 사이버 범죄자가 중요한 개인 정보를 충분히 훔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고 지적했다.

유니버설 로봇과 마찬가지로 가정용 로봇도 물리적 공격을 수행할 수 있다. 덩치가 작기 때문에 산업용 로봇보다 치명적인 면은 덜하겠지만 IO액티브는 나오 로봇이 갑자기 악마처럼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하고 UB테크가 스크루드라이버를 사용해 반복적으로 토마토를 찌르는 테스트 비디오를 공개하면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비디오는 유머러스하게 보이지만 로봇이 잠재적으로 영유아 또는 애완 동물에 대해 유사한 공격을 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오싹한 장면이다.

IO액티브의 수석 보안 컨설턴트 루카스 아파(Lucas Apa)는 "우리가 이러한 취약점을 안다는 것은 우리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경고한다.

보안 노력 등한시하는 로봇 업체들에게 일침

이에 대해 유니버설 로봇 측은 "IO액티브의 보고서를 알고 있으며 제품 개선과 고객 안전을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니버설 로봇 제품은 엄격한 안전 인증을 받았으며 여기에는 사이버 보안뿐 아니라 모든 잠재적인 취약성을 모니터링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소프트뱅크는 조만간 IO액티브 보고서에 대한 해명을 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UB테크는 이에 대해 아무런 반응이 없는 상태다. 소프트뱅크의 경우 IO액티브 발표에 따라 보안 허점을 해결하기 위한 패치를 준비하고 있지만 발표 시점은 아직 미정인 것으로 알려진다.

IO액티브는 지난 3월 많은 취약점을 강조한 초기 보고서를 발표했지만 결함을 수정할 수 있는 시간을 제조업체에게 주기 위해 로봇 소프트웨어를 해킹하는 특정 기술을 보류한 바 있다. 이번에는 해킹에 대한 기술적 세부 사항을 공개했다.

아파는 "우리는 지난 1월 모든 공급 업체에 연락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시연한 50개 이상의 취약성을 개선했다는 피드백은 거의 없었다"고 아쉬워한다. "우리가 비공개로 했을 때 대부분의 공급 업체들도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 뿐이었다"고 발표 배경을 설명했다.

아파는 "이번 발표는 대중에게 위험을 인식시키고 제조업체가 보안 결함을 수정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IO액티브는 로봇 회사가 설계 프로세스의 모든 단계에서 사이버 보안에 관해 생각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로봇 산업의 초기 단계인만큼 더 안전한 미래가 담보되어야만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