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민간 기업들이 협력해 드론 실증 실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사업별로 구체적인 목표를 잡고 드론에 관한 규제를 완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저출산·고령화 문제로 인해 만성적으로 구인난을 겪고 있는 운송업계의 인력부족 등 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는 의도다.

코트라 나고야무역관은 최근 ‘일본, 드론산업 발전을 위한 민관합동 노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일본 정부와 민간의 드론 산업 발전에 관한 협력 움직임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일본 정부는 지난 5월 '일본 재흥전략 2017'을 발표하면서 ▲ 의료 및 간호 없이 생활 가능한 '건강 수명'의 연장 ▲ 자율운전 및 드론을 통한 '이동혁명'의 실현 ▲ IT를 활용한 효율화 등 '서플라이 체인(부품 공급망)의 차세대화' ▲쾌적한 인프라·마을 조성 ▲금융과 IT가 융합된 '핀테크(FinTech)' 등 다섯 분야를 전략 분야로 지정했다. 이 가운데 '이동혁명'은 자율운전이나 드론을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이를 통해 최근 물류 현장에서 심화되는 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신토메이 고속도로(도쿄와 나고야를 연결하는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운전하는 선두의 트럭을, 자율운전으로 운행되는 무인 트럭들이 따라오는 대열주행 실험을 2020년에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도서·산간 지역에서 드론을 사용한 물류배송을 2018년부터 실시하고 2020년 이후 물류량이 많은 도시에서 드론 배송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의 드론산업 육성 발표 및 그 배경

▲ 일본의 드론 국제 표준 규격화 계획 및 전 세계 시장규모 추이(자료:일본경제신문,코트라)

일본 경제산업성은 JAXA(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와 손잡고 드론 국제표준 규격화에 착수했다. 올해 중에 경제산업성은 JAXA와 협력해 충돌방지 기술과 자동 통제시스템을 개발하고, 2025년까지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승인을 얻을 예정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국제표준 제정을 주도해 일본 기업의 세계 시장 개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도다. JAXA는 드론끼리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상호 간의 위치를 자동으로 파악하는 관제 시스템을 개발하며,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는 드론의 비행을 안정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GPS와 비행고도를 감지하는 센서를 실용화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의 규제 완화를 예상한 드론 실증 실험 사례

일본 현행법 상 완전 무인비행을 통한 화물 배송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아베 정권이 발표한 '미래투자전략(일본재흥전략) 2017'에서 2020년까지 드론을 이용한 화물 배송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기업들은 이를 근거로 관련 법이 개정될 것이라 판단해 실증시험을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의약품 운반 드론 배송 실증시험>

▲ 일본 아이치 현 미나미치타 반도에서 실증시험을 진행 중인 Pharma-star

올해 7월 아이치 현 나고야시 조제약국 ‘파마-스타(Pharma-star)’와 드론 운영기업인 ‘멀티콥터 오퍼레이팅(Multicopter Operating)’이 아이치 현 미나미치타 반도(半島)에서 드론을 이용한 처방약 배송의 실증시험을 실시했다. 약국 방문이 어려운 도서산간지방에 거주 중인 환자에게 처방약을 드론으로 배달하는 계획이다.

실증 시험은 아이치 현 미나미치타 반도의 카타나교 항구에서 항구의 동쪽에 있는 히마카지마 섬까지 드론으로 의약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실험 중 드론은 최고 높이 80m, 시속 32km로 비행했고 출발 약 7분 후, 드론이 목적지인 히마카지마 섬에 도착했으며, 내용물은 파손된 곳 없이 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마마츠 의과대학, 재해시 의약품 배송 실증시험>

올해 5월 시즈오카 현 하마마츠 시는 드론을 사용해 재해 시에 중산간지역에 의약품을 전달하는 실증 시험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하마마츠 의과대학과 드론 연구기업인 엔루트랩(Enroutelab Co.)과 협약을 맺고 실용화를 위한 실험을 시작했다.

사쿠마 병원에서 우라카와 진료소까지 의약품을 운반하는 것을 가정해 덴류강(川)과 오치세 강 위 총 2.1km의 운반 실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지형 및 풍량, 그리고 운반 의약품의 무게 등을 고려해 적합한 드론의 기종 및 운반 경로 등을 조사하며 또한 실험 이후 향후 드론에 AI를 탑재해 원격진료나 의료분야 이외의 업무에 응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일본 총무성 사업으로 선정된 드론사업 등 실증시험 활발

<히로시마대학, NTT도코모와 드론 수송사업 추진>

▲ 히로시마 대학에서 실시한 드론사업 설명회 현장

지난 5월, 히로시마 대학과 NTT도코모는 드론을 사용해 혈액 샘플을 수송하는 실증 시험을 히로시마 현 오사키카미지마 섬에서 3년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일본 총무성 사업으로도 채택됐다. 이번 사업은 오사키카미지마 섬의 노인 시설에서 채혈한 검체를 드론으로 검사 체제가 갖춰진 타무라 의원까지 운반하는 계획이다. 이는 혈액 수송시간 단축을 목적으로 하며, 검사 결과에 따른 치료 등의 처치가 더욱 손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의료 과소가 심각한 지역에서 실용화를 추진 중이다.

<라쿠텐의 드론 배송 실증시험>

▲ 실증시험에서 사용된 라쿠텐의 드론 '소라 라쿠'

지난해 10월 일본의 대형 유통업체 라쿠텐은 2016년 일본 국가전략 특구로 지정된 치바시(마쿠하리), 후쿠오카시(노코노시마 섬), 에히메 현 이마바리시(오미시마 섬) 등에서 드론 배송의 실증 시험을 연달아 실시했다.

이번 실증시험은 식료품 및 일용품을 드론으로 배송해 도서 산간지방 거주 중인 지역주민들을 지원하는 서비스의 실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은 국토의 약 70%가 산림이며, 세토지역과 나가사키 현, 난세이 제도를 중심으로 작은 유인도(有人島)도 많기 때문에 무인 드론 택배를 활용하면 과소지 물류비용의 절감효과가 기대된다.

일본에서 택배 1개를 배달하는데 운송 트럭 주행 거리가 도시 지역에서 약 0.2km인 것에 비해 과소지에서는 약 1.2km로 도시 지역의 6배 더 소요된다. 과소지역 영업지점에서 최종 배송의 일부분을 무인 드론으로 전환하면 배송업자의 주행 거리가 단축돼 배송 비용 및 시간이 절감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올해 5월 일본 총무성 주최로 개최된 '글로벌 디지털 서밋 2017'에서 라쿠텐 에어맵(Rakuten AirMap) 무카이 히데아키 CEO는 "드론 배송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및 로보트로닉스 기반은 갖춘 상태이며, 드론 배송 서비스를 2019년까지 실현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코트라의 이번 보고서는 일본이 드론산업에 관한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에 있다며 우리나라도 네거티브 규제로 빨리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