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림 보행(crouch gait)’은 뇌성마비 환자들의 비정상적인 보행 형태다. 보행 속도가 느리고 몸을 심하게 흔든다. 일반인들이 발을 땅에 내려놓을 때 하는 '발꿈치 딛기(heel strike)' 동작도 이뤄지지 않는다. 엉덩이ㆍ무릎ㆍ발목을 과도하게 굽히는 현상도 나타난다. 시간이 지나면서 관절 기능은 더욱 퇴화된다. 미국에선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 1000명 가운데 3.6명이 뇌성마비 진단을 받는다. 이들 뇌성마비 아동들은 병원이나 집에서 재활 훈련을 통해 정상에 가까운 동작을 취해보려 노력하지만 기대만큼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

재미 한국인 여성 과학자들이 뇌성마비 아동의 웅크림 보행을 치료할 수 있는 재활로봇 기술을 개발했다. 미 컬럼비아대학 김혜경 교수, 강지연(박사학위 예정) 등 한국인 여성 과학자들과 수닐 아그라왈(Sunil Agrawal) 교수는 뇌성마비 환자의 웅크림 보행을 치료할 수 있는 보행 재활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 성과를 전문 저널인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다리 근육의 강도와 여러 근육간 협동 능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의 새로운 재활 로봇 훈련 기술을 개발했다.

▲ 컬럼비아대 김혜경 교수팀이 개발한 뇌성마비 환자 재활 로봇 기술

연구진은 케이블로 구동되는 재활 로봇인 ‘TPAD(Tethered pelvic assist device)’를 이용해 뇌성마비 환자들의 근력강화 트레이닝을 실시, 웅크린 자세의 교정 및 보행 능력의 증가를 시도했다. 기존의 재활 훈련 방식은 뇌성 마비 환자의 몸이 장치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기술을 채택하고 있으나 새로 개발된 방식은 오히려 뇌성 마비환자들의 골반에 하중을 더 주는 방식으로 근육을 강화시키는 게 특징이다.

이번 연구에 주요 저자로 참여한 강지연 씨는 “케이블로 구동된 재활로봇인 TPAD(Tethered pelvic assist device)를 이용해 뇌성마비 환자들의 근력강화 트레이닝을 실시해 웅크린 자세의 교정 및 보행 능력의 증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특히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훈련하도록 유도함으로서 보행 능력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으며 재활로봇의 패러다임에 대해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뇌성마비 환자의 웅크림 보행 동작은 약해진 '신근(extensor muscle:伸筋)'과 경직적인 '굴근(flexor muscle:屈筋)'에 원인이 있다. 특히 신근 가운데 ‘넙치근(Soleus muscle:가자미근)’이 직립과 보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연구진은 넙치근이 약해지는 게 웅크림 보행 동작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봤다. 연구진은 넙치근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재활 로봇 훈련 기술을 개발하고 검증했다. 이번에 활용된 재활로봇 ‘TPAD’는 뇌성마비 환자의 골반에 몸무게의 10%에 달하는 '하방 압력(downward force)'을 추가로 준다.

TPAD는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으며 환자들이 허리 부분에 벨트처럼 착용한다. 경량으로 만들어졌으며, 골반에 원하는 힘을, 원하는 방향으로 줄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연구팀은 6명의 뇌성마비 아동을 대상으로 TPAD를 착용시켜 6주 동안 재활 훈련을 실시했다. 아이들의 근육 강도와 근육의 협동 능력에 관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지면반발력(ground reaction force)’과 운동 능력을 지속적으로 관리했다. 훈련 종료후 아이들의 보폭, 발목 동작의 범위, 앞굼치와 뒷굼치의 패턴 등 주요 보행 특징을 모니터링한 결과 보행 동작이 현저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혜경 교수는 '쿼츠'와의 인터뷰에서 “TPAD 훈련을 통해 골반에 하방 압력을 주는 훈련 기술이 뇌성마비 아동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보다 많은 그룹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추진하고 반신불수와 사지마비 뇌성마비 아동에 대한 재활 로봇 기술도 연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