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트핸드 로보틱스의 피킹 로봇

“로봇 분야에서 다음의 도약은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물건을 피킹하고 박스에 넣는 작업에서 이뤄질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등 전자상거래(Electronic Commerce) 업체들과 로봇업체들은 고객들이 주문한 다양한 물건들을 피킹하고, 박스에 넣을 수 있는 피킹 로봇(picking robot)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고객이 주문한 장난감, 유아용품 등 다양한 물건을 집어 박스에 넣는 작업은 아이들도 할 수 있는 작업이다. 하지만 전자상거래 업체나 물류업체들이 자동화를 하는 데 최대 걸림돌이 바로 이런 작업이다. 선반에서 물건을 피킹하고, 패키징 작업을 완료한 후 출하하는 일은 전자 상거래 업체들이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들 작업은 대부분 가장 노동 집약적인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고객들의 급증하는 주문량을 신규 인력 채용으로 감당해 왔다. 미국의 지난해 전자상거래 시장은 3천900억 달러 규모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1년에 비해 배 가까이 성장한 수치다. 중국, 인도 등 국가에서도 전자상거래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같은 폭발적인 성장은 인력 채용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미국의 전자상거래 업계는 지난 수년동안 인력 채용 잔치를 벌여왔다. 미국의 물류 창고 인력은 지난 5년간 26만2천명이 증가했다. 이 부분 노동 인력은 전체적으로 95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노동 인력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노동자들의 인건비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게다가 크리스마스 등 성수기에는 인력을 구하는 게 더욱 힘들어진다.

컨설팅 업체인 ‘MWPVL 인터내셔널’의 '마크 월프렛'은 “전자상거래 업체의 배송센터에서 가장 인건비가 높은 분야가 바로 피킹 분야”라며 “이를 로봇으로 대체하면 온라인 주문 처리 비용의 5분의 1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허드슨 베이’, 징동닷컴 등 미국과 중국의 유통업체들은 배송센터에서 피킹 로봇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쿠카 로보틱스, 데마틱 코프, 하니웰 등 대기업과 라이트핸드 로보틱스, IAM로보틱스 등 스타트업들은 피킹 로봇 개발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로봇 스타트업인 '라이트핸드 로보틱스(RightHand Robotics)'는 유아용품, 땅콩 버터, 장난감 등 수많은 제품을 피킹할 수 있는 로봇 팔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로봇 팔이 수행하는 피킹 관련 데이터는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

중국 징동닷컴은 피킹 로봇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데, 올해 4월 상하이 배송센터에서 테스트를 실시했다. 징동닷컴은 내년말까지는 물류창고 업무를 완전 자동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쿠카의 자회사인 '스위스로그(Swisslog)'는 기존의 물류창고 자동화 시스템과 통합해 설치하거나 독자적으로 설치할 수 있는 피킹 로봇을 판매하고 있다. 스위스로그는 올해초 미국의 대형 소매업체에 피킹 로봇을 판매했다.

전문가들은 피킹 과정을 완전 자동화하는데는 아직도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피킹 로봇의 관건은 온라인상에서 거래되는 제품들의 이미지를 3D로 렌더링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새로운 물건을 피킹하는 최선의 방법을 로봇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 아마존 피킹 로봇 챌린지

아마존은 그동안 이 분야의 기술적인 발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피킹 로봇 챌린지도 매년 열고 있다. 올해는 이달말 나고야에서 개최되는 로봇 경진대회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이번 나고야 피킹 대회에는 처음으로 참가자들에게 피킹할 물건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않는다고 한다. 참가자들은 물건에 대한 사전 정보없이 로봇으로 하여금 피킹 작업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아마존은 UC 버클리에 자금을 지원, 1만개에 달하는 물건을 피킹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연구에는 지멘스 등 다른 업체들도 후원하고 있다. UC 버클리는 추후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오픈소스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데이터베이스까지 공개되면 피킹 로봇은 한층 더 놀라운 기술적인 역량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기술 진전이 이뤄지면 물류창고에서 근무하는 인력들의 고용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 그동안에는 로봇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더라도 워낙 온라인 주문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고용 불안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피킹 로봇의 도입으로 물류창고나 배송센터의 모습은 현재와는 다른 모습을 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