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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의 교훈서현진 편집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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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0.20  16: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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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나 의류 가게들은 대개 한 지역에 군집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용산 전자상가나 노량진 수산시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홀로 떨어져 있으면 소비자들을 독점할 수 있으니 장사가 더 잘되지 않을까? 그렇지만 이런 계산은 극히 단순한 시각일 뿐이다.

경제학 교과서들은 이런 시장논리를 수요자와 공급자 관점에서 설명한다. 우선 수요자 관점에서 가게들의 군집은 소비자들에게 상품의 비교 탐색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한다. 서울 아현동 가구거리에서 한 가구점에만 들어가 침대를 구입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반드시 다른 가구점과 비교를 하게 되는데 그 대상이 차를 타고 갈만큼 먼 거리에 있다면 얼마나 불편 할까.

공급자 관점에서는 물류의 편의성이라는 경제 논리가 강조된다. 만약 활어가게가 서울시내 곳곳에 산재돼 있다면 도매업자는 물류비 부담이 가중되고 활어 신선도도 떨어지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이런 리스크는 곧바로 활어가게들에 전가되고 종국에는 소비자들이 그 부담들을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가게의 군집현상과는 또 다른 성격의 교훈이 있다. 흔히들 얘기하는 시장 선도자(First Mover)의 힘이다. 해외의 한 시장조사업체는 최근 애플이 '아이와치'(iWatchㆍ가칭)를 출시하면 전세계 스마트와치(Smart Watch)시장이 당장 3배 이상 커진다는 우화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스마트와치 시장은 지금 스마트폰처럼 확산할 것인가, 말 것인가 기로에 서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소니가 신제품을 선 보였고 마이크로소프트와 LG전자 등 기라성 같은 기업들도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애플은 아직까지도 '아이와치' 출시에 대한 어떤 결정도 하지 않은 상태이다. 경쟁사들에겐 섭섭한 얘기겠지만, 애플의 존재감은 현실의 문제이다. 스마트 기기 시장에서 입증된 강력한 브랜드파워와 마케팅 역량, 가격결정력 등은 상상을 초월한다. 애플이 없으면 스마트와치 시장이 그렇고 그런 시장으로 전락하고 말것이라는 전망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애플의 '아이폰'이 나오지 않았다면 삼성전자의 '갤럭시' 역시 세계를 제패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시장을 정책에 의해 인위적으로 창출하는 것은 어떨까. 독재자 히틀러가 통치하던 제3제국 시절의 독일 자동차산업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졌다.

1934년 히틀러는 성인 2명과 아동 3명을 태우고 시속100Km로 달릴 수 있는 이른바 국민차 생산과 보급을 지시한다. 그러자 다임러 벤츠와 아우토유니언(아우디), BMW 등이 그 일을 맡겠다고 갖은 로비를 벌였다. 그러나 히틀러는 이들을 마다하고 국민차를 독점 생산할 국영 기업 설립을 결정한다. "사랑하는" 제 3제국 국민들에게 값싸고 질 좋은 자동차를 제공하겠다는 명분이었다. 이 국영기업이 폭스바겐이다.

하지만 폭스바겐이 시장을 독점하면서 독일 자동차업계는 파행을 거듭한다. 게다가 2차 대전이 터지자 전국의 폭스바겐의 생산은 중단되고 라인은 모두 군용차 생산에 차출된다. 다행히도 히틀러가 물러가면서 독일의 자동차산업은 정상을 되찾아 오늘날 세계 최강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기틀을 닦을 수 있었다. 폭스바겐의 폭주가 계속됐다면 오늘날 전세계 도로에서 질주하는 벤츠와 BMW, 아우디 같은 명품 브랜드는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들 세가지 교훈 가운데 첫 번째의 가구점과 활어가게들의 군집은 공존공생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경제 법칙임을 강조한다. 소비자와 공급자가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의 가치를 인정할 때만 시장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애플의 사례는 역설적으로 극소수의 시장지배적 기업, 즉 시장선도자 기업이 필요하다는 새삼스러운 사실을 일깨워 준다. 세 번째 히틀러의 사례는 마음만 앞선 시장창출 계획이 오히려 산업전체를 망치는 지름길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성급한 성과에 집착한 과도한 정책의 개입은 후진국일수록 비일비재하다.

정부가 로봇을 신성장동력으로 정하고 투자를 집중한 게 벌써 10년 전이다. 하지만 우리 로봇산업은 아직도 고만고만한 크기와 규모로 머물러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0년 동안 우리 로봇계에서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따로 존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구매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제품이 수요자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얘기다. 시장 전체를 이끌고 갈수 있는 강력한 브랜드도, 리더십을 가진 기업도 갖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현 정부 역시 로봇을 창조경제 구현의 핵심으로 삼겠다고 한다. 그러나 캠페인 구호처럼 쏟아지는 정책들을 보면 앞으로의 궤도도 지나온 10년의 그것과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때마침 주무부처 사이드에서는 '제2차 지능형로봇 기본계획' 작업이 한창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이 계획은 내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펼칠 로봇정책의 근간이다. 이런 기회에 세가지 교훈을 우리 로봇계가 당면한 현실에 대입해 생각해보길 권한다면 지나친 간섭일까. 서현진 본사 편집고문

서현진 기자  suh@irobot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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