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은 실은 다른 포유동물과 비교해보면 신체적으로는 부실하다. 체모가 부족하고 두 발로만 걷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감각적인 수염이 없다. 고양이, 개, 너구리, 강치 등의 포유류들은 얼굴에 특별한 털을 갖고 있는데 이들 수염은 대단히 유용하다. 쥐가 어둠을 탐색하는데 사용하는 것도 수염이며 바다표범의 수염은 물고기 먹이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비록 인간은 이렇지만 인간이 만드는 로봇까지 그럴 이유는 없지 않을까. 와이어드는 이런 문제의식 하에 로봇에 수염을 다는 노스웨스턴 대학의 기계공학자 미트라 하트만(Mitra Hartmann)의 연구를 소개했다. 소프트 로보틱스(Soft Robotics) 저널에 논문으로 실리기도 한 이 연구는 사물을 감지할 수 있고 3차원 공간에서 그것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수염달린 로봇을 개발하는 내용이다.

로봇에 수염 달아 주변 감지

동물의 경우 수염 자체가 길이에 맞는 센서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대신 모낭에 이 기능이 집적돼 있다. 수염이 물체를 치면 이 센서가 여행을 하고 뇌에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해당 동물의 다른 감각을 보완하는 원리다.

로봇에 수염을 심고 싶다면 6축 로드셀이라는 것을 이용한다. 수염을 이 장치에 연결하면 부속 장치가 물체에 부딪칠 때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가로 방향 힘, 수염이 모낭에서 꼬이는 정도, 모낭으로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지 정도, 수염이 구부러지는 방향, 그리고 얼마나 많이 구부러지는지 등등. 그것은 매우 많은 정보이며 그러다보니 이같은 종류의 셀은 부피가 크고 비싸다.

하트만과 연구팀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염을 가진 물체를 찾아내는데 이 모든 정보가 실제로 필요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트만은 "수염이 얼마나 구부러졌는지와 구부러진 수염의 방향, 그리고 그것이 모낭에 얼마나 많이 밀어 넣었나가 중요한 사항"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현재 이 세 가지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의 두 가지 버전을 개발하고 있다. 첫번째는 0.8mm 큐브로 매크로 스케일 6축 로드셀의 약 절반 크기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길이가 1mm이고 직경이 0.5mm이며 실제 쥐의 모낭 크기와 같다.

야간, 수중 등에서 보완적 효과

연구팀은 이와 함께 테이퍼형과 원통형 등 두 가지 수염 디자인의 효과를 살펴봤다. 테이퍼형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두껍고 끝이 뾰족하다. 팀은 원통형이 아닌 뾰족한 수염으로 물체를 찾아낼 수 있음을 발견했다. 그녀는 "수염이 원통형이라면 수염 길이에 따른 모든 포인트에서 강성 정도가 동일할 것"이라며 "테이퍼된 수염은 어떤 지점에서 더 유연한데 특히 끝부분에서 가장 유연하다"고 설명한다.

이로써 하트만은 쥐처럼 생긴 로봇을 만들기 위해 어떤 신호와 수염 모양이 필요한지 알게 됐다. 그래도 근본적인 질문은 남는다. 굳이 왜 수염인가. 로봇은 이미 레이저 기술을 이용해 주변 환경을 놀랍게 매핑하고 있는데 수염으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하트만은 이 아이디어가 수염 기능이 비전시스템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적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밤에는 전통적인 비전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먼지가 많은 곳에서도 레이저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봇 수염을 통해 주위를 감지할 수 있다면 어떨까. 바다표범처럼 전류를 탐지하는 강력한 수중 로봇을 만들 수도 있다.

다른 단점도 있다. 수염은 환경을 매핑하는 방법으로는 적절하지 않다. 탐지를 피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모든 장소의 모든 지점에서 빛을 흘리며 다니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