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생산직 근로자를 로봇으로 대체하거나 재무ㆍ의사결정 시스템 등 사무직 업무를 인공지능 스마트 소프트웨어로 교체하려는 욕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의외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으며, 기업들은 여전히 많은 근로자를 고용해 기업 경영을 하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인 '블룸버그'는 미국 경제에 자동화가 확산되고 있지만 미래학자들이 예측한 것과는 달리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무엇이 로봇 및 자동화, 그리고 스마트 소프트웨어의 도입을 가로막고 있는지에 관해 사례 분석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실제 로봇 자동화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고용 확대는 계속 이뤄지고 있다. 미국 고용주들은 현재 호황기를 맞아 월평균 15만 9000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데, 이는 이전의 호황기 고용 인원인 9만9000명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미국의 지난해 생산성은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근로자의 생산성은 한계에 직면했다. 실제로 MIT 디지털 경제 이니셔티브 관련 연구소를 이끌고 있으며 ‘제2의 기계 시대(The Second Machine Age)’의 공동 저자인 '앤드류 맥아피'는 “낮은 노동 생산성이 가장 큰 문제”라며 “깊이 있는 혁신이 일어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마트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인퍼(Infer), 독일의 모터 및 기어 업체인 ’SEW 유로드라이브‘, 자동차 업체인 BMW의 자동화 현장을 밀도 있게 들여다봤다. 그리고 자동화가 더디게 진행되는 이유를 ▲ 스마트 소프트웨어에 대한 신뢰 부족 ▲ 빅데이터 활용 능력 부족 ▲ 제품 품질 개선에 대한 사람의 기여 등에서 찾았다.

인퍼(Infer) : 스마트 소프트웨어와 사람에 대한 의존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소셜 테이블즈(Social Tables)’는 기업들이 이벤트 공간을 플래너들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중개해주는 업체다. 이 업체는 3년전 1만 2천명의 가망 고객들을 대상으로 모바일 앱을 런칭하면서 인퍼의 스마트 소프트웨어를 도입했다.

이벤트 공간과 플래너 시장은 방대하고 다양성을 갖고 있는 시장이다. 가망 고객들을 분류하고 잠재 가입자를 찾는 것은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소셜 테이블즈는 이 작업을 위해 고임금 데이터베이스 엔지니어를 고용하거나 영업 사원들을 더 고용해 데이터를 걸러내는 일을 맡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인퍼의 스마트 소프트웨어를 구입했다. 그럼에도 인퍼 소프트웨어 도입이 기존의 인력을 대체하지는 않았다. “사람을 줄이면 그만큼 빨리 의사결정을 해야한다“고 CMO인 '트레버 린'씨는 말한다.

소셜 테이블즈는 인퍼의 전형적인 고객 중 하나다. 젊고 변화에 빠르다. 하지만 인퍼의 고객 가운데 25%는 10년 이상된 기업이다. 스마트 소프트웨어의 도입을 꺼리는 이유는 많은 기업들이 아직 스마트 소프트웨어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인퍼의 빅 싱(Vik Singh) 대표는 “머신 러닝에 대한 가장 큰 병목 현상은 바로 고객들의 신뢰”라고 말한다. 그는 "만일 고객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술을 만든다면 큰 레버리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SEW 유로드라이브 : 넥스트 ‘빅싱(big thing)’은 데이터

모터 및 기어 전문업체인 SEW 유로드라이브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공장에는 지난 2000년 에 로봇이 전혀 없었다. 지금은 노동자 한명 꼴로 일본 화낙의 로봇 한대가 설치되어 있다. 이 공장에선 연간 50만개의 부품이 생산되고 있다. 지난 1999년 생산량은 7만8천대였다.

이제 이 공장에서 직원들은 로봇이 필요로 하는 것과 해야할 것을 추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로봇이 포화 상태에 이른 것이다. 이 회사 매니저는 생산성을 높이는 데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디지털 정보‘라고 말한다.

생산기계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컴퓨터 대시보드에 공급해주는 게 필요해졌다. 공장 운영자가 실시간으로 공장의 가동 상황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네트워크 업체인 시스코의 제조 부문 임원인 '브라이언 탄젠'은 “제조 부문에 빅데이터를 결합하는 일이 수많은 제조기업들의 다음 행보이며 매우 도전적인 과제"라고 지적했다.

기계들을 연결하는 게 중요해지고 있지만 대부분 기계들은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센서를 갖추고 있지 않다. 공장에서 로봇을 책임지고 있는 직원들은 네트워크를 불안전하고 신뢰성이 낮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OT(운영기술)와 정보기술(IT)간에 괴리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시스코의 브라이언 탄젠은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제조 부문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며 "빅데이터가 앞으로 현실이 될 것이며 변곡점이 도달하고 가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생산성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BMW ; 로봇은 움직이고 사람은 향상시킨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턴버그에 있는 BMW 공장은 고도로 자동화되어 있다. 매일 1400대의 S-시리즈 SUV가 생산라인을 이동한다. 1600대의 로봇이 달라 붙어 용접, 드릴, 도색 작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이곳에는 로봇과 함께 많은 근로자들도 작업을 한다. 근로자들은 고객들이 요구한 제품 사양에 맞게 오디오 시스템을 추가하는 작업을 한다. 근로자들은 자동차를 보고, 만져보고,소리를 들어본다. 로봇이 할 수 없는 작업이다. 실제로 로봇은 프로세스에 따라 해당 작업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차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작업을 하는 것은 사람이다. 단순한 작업은 로봇이 할 수 있지만 ‘트랜스포매이션’이라고 불리는 작업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사람은 절차를 개선하고 좀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낸다. 실제로 작업 현황판에 표시되는 개선 사항들은 사람들이 이뤄낸다.

이 같은 기업들의 사례는 로봇 자동화와 인공지능의 도입에 따른 완전환 디지털 경제로의 이행이 매우 더디게 진행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