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운전은 물론 비행, 수영, 다이빙, 우주 탐사 등 다방면에서 자신감 넘치는 로봇들이 발견된다. 심지어 얼음 속에서도 활약하는 로봇도 있다. 그나마 아직 우리에게 생소한 영역이 있다면 지하로 파고 들어가는 로봇이다.

‘IEEE 스펙트럼’에 따르면 이 분야에서도 관련 로봇이 등장했다. 유럽연합(EU)은 올해 1월부터 3년간 370만 유로(약 49억원)를 투입해 지하를 파고 들어가 탐색하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일명 ‘오소리(BADGER) 프로젝트’로 명명된 이 연구에는 현재 유럽 5개국, 7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마드리드의 칼로스III(Carlos III) 대학 로보틱스연구소(RoboticsLab)의 칼로스 발라규어(Carlos Balaguer) 교수, 산티아고 마르티네즈 델라 까사(Santiago Martínez de la Casa) 교수, 카르메 드 앙드레 산치스(Carme de Andrés Sanchis) 교수 등이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오소리를 뜻하는 '배져(BADGER)'는 이 프로젝트에서는 '트렌치없이 지하를 운영, 매핑, 탐색하는 자율 로봇(roBot for Autonomous nDerGround trenchless opERations, mapping and navigation)이라는 재미난 뜻의 조합이기도 하다.

이 로봇은 지하 보행까지는 아니지만 그동안 로봇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배제된 지하 세계를 매핑하고 탐색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하 공간에서 훈련, 기동, 위치 파악, 맵 작성 및 항해가 가능한 지하 로봇 시스템 개발이 프로젝트 목표다.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굴을 파서 살아가고 인간 역시 지하를 통해 얼마나 유용한 것들을 많이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그 중요성을 알 수 있다.

굴착기계 한계 극복하는 지하 로봇

현재 건설 회사들은 지하 굴착과 파이프 및 케이블 설치를 위해 다양한 굴착 기계를 사용한다. 그러나 이 장비는 한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바위, 각종 파이프, 나무 뿌리 및 기타 장애물을 탐지 및 탐색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이 먼저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또 대부분 직선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터널 내 복잡하고 정교한 네트워크를 만들 수 없다. 게다가 운영 비용도 비싸다. 결국 건설 회사는 트렌치를 열고 파이프를 설치한 다음 다시 덮는 작업을 진행하는 식으로 작업을 끝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오소리 프로젝트 컨셉은 파이프를 위한 채널을 만들기 위해 자율적으로 바닥을 파고 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하는 동안 기존 인프라를 탐색하고 심지어 파고 들어가면서 만들어내는 도관을 위해 3D 프린트 벽을 정렬하기도 한다.

회전식 및 충격식 드릴링 기술의 조합으로 암석을 신속하게 분쇄하는 초음파 드릴 도구 역할을 한다. 분쇄된 모든 암석은 흡입되어 로봇 뒤쪽으로 쓸려감에 따라 터널이 깨끗하게 유지된다. 로봇은 벌레처럼 일종의 생체 연동 운동을 통해 스스로를 움직인다. 이는 인간의 내장 운동과도 비슷하다.

전체가 모듈식이며 드라이브 모듈, 조인트 모듈 및 도구 모듈 등은 수행하는 작업에 따라 교체가 가능하다. 지상 관통 레이더 안테나 어레이, 전자 내비게이션 센서 및 레이저는 암석, 다른 파이프 및 두더지 등과 같은 장애물을 피하면서 지하 슬램(SLAM)을 통해 로봇이 계속 주행하는데 도움을 준다.

연구팀은 아직 초기이기 때문에 내보일만한 하드웨어 시제품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는 고도의 모듈 방식 아키텍처를 따르는 로봇 시스템으로 실제 파악이 어려운 지하 환경에서 신뢰성 높은 솔루션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두더지에게 피해만 입히지 않는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