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로봇을 공부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소녀들

오는 7월 16일부터 18일까지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국제 로봇경진대회 ‘퍼스트 글로벌 챌린지(FIRST Global Challenge)’에 참가하려던 아프가니스탄 소녀들의 꿈이 좌절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이번 퍼스트 글로벌 챌린지에는 전세계 156개국 고등학생들이 개발한 160여개 로봇들이 참가해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6명의 소녀들로 이뤄진 아프가니스탄 소녀팀은 공을 분류해주는 로봇을 개발하고,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 정부에 1주일 여행 비자를 신청했다. 하지만 미 국무부가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비자 발급을 거절했다. 반면에 이란, 이라크, 수단 등 다른 국가와 시리아 출신 선수로 이뤄진 팀에는 비자를 발급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비자를 신청한 국가 가운데 아프가니스탄과 잠비아팀의 미국 여행 비자가 거부됐다.

아프가니스탄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단행한 아랍계 국가 비자 발급 중단 조치시, 리스트에 들어있지 않던 국가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 정부의 비자 발급은 그동안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지난 4월 아프가니스탄인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바자 발급은 32건에 불과했다. 이는 이라크(138건), 파키스탄(1492)건에 비해 매우 적은 숫자다.

▲ '로야 마부브'

아프가니스탄 소녀팀이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로 결정한데는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IT업계 여성 CEO인 '로야 마부브(Roya Mahboob)'의 역할이 컸다. 그녀는 ‘시타델’이라는 소프트웨어 기업을 창립해 운영하고 있는데 타임지가 2013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가운데 한사람으로 꼽기도 했다. 그녀는 이번에 로봇에 관심을 갖고 있는 여학생들에게 대회 참가를 권유하고 후원하는 역할을 했다.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이 권력을 잡으면서 여성의 학교 교육을 금지하는 등 극단적인 조치로 국제적인 공분을 샀었다. 지금도 아프가니스탄은 전 국토의 40% 정도가 탈레반 휘하에 있거나 정부군과 교전 상태에 있다.

이런 악조건을 극복하고 아프가니스탄 소녀팀이 대회에 참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카네기멜론대학 졸업생들이 로봇 프로그래밍을 도와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프가니스탄에서 로봇을 공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여학생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구하기 힘든 부품을 장기간 기다려야했든데, 세관은 혹시라도 부품들이 ISIS 등 테러단체에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해 매우 엄격한 검사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 아프가니스탄 소녀들이 부품을 조립하고 있는 모습

▲ 부품이 도착하기 전에 소녀들이 직접 만든 소형 기차를 훈련시키고 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서부 지역 도시인 헤라트(Herat)에 거주하고 있는 소녀들은 미국 비자를 받기 위해 500마일 떨어진 카불 미 대사관에 2차례나 가서 비자 면접을 봤으나 결국은 미 국무부로부터 비자 발급을 거부당하자 슬픔에 젖어 있다고 포브스 등 미국 매체들은 전했다.

이들을 후원한 로야 마부브 시타델 대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로봇은 매우 새롭고, 사람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 비자 발급 거부를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 국무부의 비자 발급 거부 소식에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의 전 부사장인 ‘안소니 시트라노(Anthony Citrano)’ 등 인사들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 정부의 결정에 분노를 느낀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소녀팀에 대한 비자 발급은 허용하지 않았지만 이들이 개발한 로봇이 경진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따라서 이들이 개발한 로봇은 개발자 없이 대회에 참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회 주최 측은 소녀들이 영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대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