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에 대한 역사적 기록을 발굴하고 있는 ‘IEEE 스펙트럼’이 이번에는 로보카 개념을 묘사한 무성 영화를 소개해 흥미롭다.

IEEE 스펙트럼이 소개한 '자동화 모터리스트(Automated Motorist)'는 6분 13초의 짧은 무성 영화로 로봇 운전사가 몰고 다니는 오래된 자동차가 나온다. 요즘 말로 하면 로봇 자율주행차인 셈이다. 다소 우스꽝스럽고 황당한 설정이 많이 나오지만 1911년에 나온 이 영화(월터 부스 감독)는 로보카의 모습과 미래에 대해 가장 처음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상상력을 제공한 스토리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로보카는 106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미래의 것이지만 말이다. 최근 아틀라스 옵스큐라(Atlas Obscura)가 이 영화를 발굴해 사이트에 게재했다.

영화 속으로 들어가보자.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양철맨 '틴 맨(Tin Man)'과 비슷하게 생긴 휴머노이드 로봇이 나온다. 철컹철컹 걷는 이 로봇은 가끔 제어가 안돼 주인공을 팔로 쳐서 넘어뜨리기도 하고 걷다가 비틀거리기도 한다. 신혼부부인 주인공들은 로봇이 운전대를 잡은 자동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데 얼마 못가 경찰관이 나타난다. 예나 지금이나 새로운 것을 방해하는 것은 규제라는 걸 암시하는 것 같다.

경찰관이 차를 세우고 못마땅하게 굴자 경찰을 아예 뒷꽁무니에 매달고 달리기 시작한다. 이제 영화는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넘나들고, 시공을 초월한 장면들로 가득찬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비행기가 되고, 보트가 되고, 잠수함이 되어 런던에서 출발해 달을 지나쳐 토성에까지 이른다. 경찰관은 토성의 고리에 앉아 여인에게 수작을 부리느라 차를 타는 것도 잊는다. 나머지 탑승자들은 다시 바다 속을 탐험하고, 하늘을 날아다니다 누군가가 쏜 총에 맞아 모두 지구로 내려오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