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기술 리더로 만드는 로봇 공학은 무엇일까. 아마도 인더스트리 4.0을 뛰어넘는 수백만 유로의 투자일 것이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로봇 밀도일 수도 있다. 하노버 메세 컨퍼런스(Hannover Messe conference) 같은 데서 독일의 위상이 발견되기도 한다. 혹은 이 모든 것들이 모두 독일의 자동화 강국 위상을 보여준다.

쿠카(KUKA)의 고성능 다기능 로봇 팔에서부터 물체를 3D프린팅할 수 있는 지멘스의 군집 로봇까지 독일은 종종 산업 자동화와 지원기술에 대한 벤치마크 대상이 되어왔다. 중국 가정용 기기 전문업체인 메이디그룹(Midea Group)의 쿠카 인수는 이런 점에서 매우 놀라운 일이다.

'로보틱스비즈니스리뷰'에 따르면 서유럽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이 나라는 로봇 산업을 정착시키고 혁신을 이루며 거대한 로봇 정책 시험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독일 로봇산업을 위한 공공 정책

독일은 로봇 공학, 인공지능 및 사물인터넷을 첨단 제조부문에 적용할 인더스트리 4.0을 시동하기 위해 3억 5000만 유로(3억 9190만 달러)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로봇의 개발과 배치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세계 로봇 산업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일관된 정책의 부재이다. 정부의 로봇 및 자동화에 대한 규제 논의가 근로자의 안전이나 에너지 소비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도 넘어서야 할 대목이다. 각 정부는 사이버 보안, 자율 및 반자율시스템에 대한 책임, 잠재적인 일자리 대체 현안 등에 대비해야 한다. 다른 나라들이 여전히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는데 반해 독일 로봇 법은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자율주행차 법률 아우토반을 달리다

지난 달 독일 정부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자율 차량 테스트를 시작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운전석에 항상 인간이 있어야 하고 작업을 기록하는 '블랙박스(black box)'를 필요로 하는 독일의 이 법은 자율주행차 관련 국가 법률 중에서는 최초다.

일반적으로 도시, 주 혹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러한 규정을 통과시키고 있지만 독일은 상원 통과가 이뤄진 것으로 로봇산업이 정부 최상위 단계에서 합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독일 입법부가 다음 번에 무엇에 초점을 맞출지도 관심사다. 자율주행차의 경우만 봐도 독일은 지방이나 다른 국가가 규칙을 만들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특히 독일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가장 직접적인 경제적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욱 주목할 가치가 있다.

독일 로봇산업은 윤리 강령을 포함한다

지난 해 독일 교통부 장관은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가 소설에서 언급한 3가지 로봇 원칙을 반영한 3대 자율시스템 규칙을 제안했다. ‘재산상의 손해는 언제나 개인 상해보다 우선한다’, ‘사람을 분류해서는 안된다’, ‘일이 생기면 제조업체는 책임이 있다’ 등이다. 특히 세번째 제안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로봇의 오작동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고 이러한 상황을 처리하기 위한 규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명확히했다는 점이다. 두번째로는 독일이 로봇 윤리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작동에 오류가 있는 로봇 팔로부터 작업자를 보호하고, 자율주행차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하는 것은 편향된 인공지능으로부터 구직자를 보호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로봇 감시 모니터링

독일의 로봇 정책은 내부 보안 및 외교 정책, 특히 감시와 관련한 내용도 공식화했다. 지난 2월 통신, 가스 등을 규제하는 독일 연방통신국(Federal Network Agency)은 스파이방지법에 따라 '마이프렌드 카일라(My Friend Cayla)'라는 로봇 인형을 금지했다. 이 인형에는 아이가 아이폰과 상호작용할 수있는 마이크가 있는데 이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해 미국의 한 회사로 보내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아마존 알렉사가 가정의 모든 대화를 듣고 녹음하는 것과 비슷하다.

많은 국가에서는 전화 통화 및 이메일로 개인정보와 보안을 유지하는 방법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은 이미 로봇을 통해 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가령 카일라의 데이터가 미국에 저장되더라도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과 같은 최근 스파이 사례로 인해 경계할 수 있게 됐다.

엇갈리는 EU와 독일의 로봇 규제

업계 전문가들은 로봇이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때문에 로봇세 부과 및 보편적 기본소득과 같은 대안을 내놓고 있다. 독일 기업들과 유럽연합(EU)은 이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지난해 EU는 로봇을 ‘전자인’으로 분류하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는데 지멘스와 쿠카가 참여하고 있는 독일산업협회(VDMA)는 이 제안에 반대했다. VDMA의 관계자는 “이같은 제안은 10년 안으로가 아니라 50년 안에 이뤄지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독일이 EU의 가장 강력한 구성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EU 판결에 항상 동의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로봇 우선 순위에 대한 EU와 독일의 입장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독일의 로봇 산업 리더십은 여전하다”

일본, 미국과 함께 독일은 산업 자동화 분야의 선두 주자이다. 로봇 밀도 측면에서 1만명당 292대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다. 독일의 로봇산업은 로봇과 사회 사이에서 코봇(Cobot) 안전, 자율주행차, 그리고 AI 및 일자리 과제와 같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독일 정부와 기업들은 유럽, 북미, 아시아의 경쟁자보다 앞서는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