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가 엄청난 수의 노동자를 대신할 것이라는 위기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는 기계의 채택이 인간 노동력을 쓸모없게까지 만들지는 않았지만 미래의 기술은 이 마저도 남겨두지 않을 것이라는 공포감이다.

MIT 경제학자 대런 에이스모글루(Daron Acemoglu)와 파스쿠알 레스트레포(Pascual Restrepo)가 발표한 새로운 논문 ‘로봇과 일자리 : 미국 노동 시장의 증거’도 이를 뒷받침한다. 로봇은 이미 미국의 일자리를 요구하고 있으며 흔히 자동화로 야기된 일자리 손실을 ‘기계의 부상’이라 부르듯 사람들이 가진 최고의 공포심을 확인시켜준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될지라도 아직은 로봇의 등장이 인간의 일자리를 심각하게 빼앗는 수준은 아니라는 반박도 흔치않게 등장한다.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의 로렌스 미셸(Lawrence Mishel)과 조쉬 비븐스(Josh Bivens)는 에이스모글루와 레스트레포 논문을 자세히 검토한 후 쓴 긴 에세이에서 이 두 연구자의 주장을 비판했다. 일자리 문제에 있어서는 로봇 이외 다른 요인이 훨씬 더 중요한데 변수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으며 자동화의 단기적인 영향에 대해 지나치게 위기를 과장했다는 것이다.

자동화 기기가 일자리에 긍정적인 역할도

두 경제학자는 오히려 자본 투자와 컴퓨터 사용이 구체적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에이스모글루와 레스트레포 역시 다음과 같이 썼다. “우리의 연구 결과는 다른 유형의 자본 장비와 심지어 컴퓨터조차도 노동 수요를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 결과는 산업용 로봇이 다른 유형의 최신 기술보다 고용 및 임금에 대해 매우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논문에서 ‘로봇’은 실제로 매우 협소하게 정의됐다. 셀프 체크아웃 키오스크부터 머신러닝 알고리즘, 자동화된 전화응답시스템(ARS)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자동화 생산 기술은 ‘로봇’이라고 할 수 있지만 MIT의 두 연구자가 사용한 로봇의 정의는 인간이 필요없는 완전히 자율적인 다목적 기계로 한정하고 있다. 이 기계는 실업을 유발하는 자동화의 몇 가지 유형 중 하나이긴 하지만 인간을 보완하고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도움을 주면서 오히려 노동 시장을 바람직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 미셸과 비븐스의 지적이다.

미셸과 비븐스는 이외에도 에이스모글루와 레스트레포의 논문에서 몇 가지 사항을 지적한다. 노동자들이 지난 수십 년동안 그랬던 것처럼 직업에서 어떤 변화도 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빠른 속도로 자동화에 직업을 빼앗긴다면 더 자주 재교육을 받아야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정보기술에 대한 생산성 증가와 기업 투자가 떨어졌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이는 자동화 가속화의 이야기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특히 MIT 연구자들의 추정에 따르더라도 미국 일자리 영향은 로봇보다는 중국 경쟁의 영향이 3배 이상 더 큰 것으로 파악됐다고 반박한다.

“로봇 위기 과장말고 현안 해결에 집중해야”

블룸버그는 이 주장이 꽤 설득력있다며 미셸과 비븐스의 손을 들어줬다. 자동화가 결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오늘날 기술로 인한 일자리 문제는 오히려 후순위라는 것이다. 특히 기술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동화 문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블룸버그는 “기술 종사자들은 매우 좁은 분야의 놀라운 진보에 매료돼 공상 과학 소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 같은 유형의 기술 리더는 노화와 빈곤으로부터 인간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보편적인 기본 소득을 강조하지만 진짜로 시급한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선진국의 불평등 문제, 생산성 둔화와 경제활동 감소, 독점의 폐해 등이 오히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다. 즉 아직은 실현가능성 없는 공상과학 시나리오로 사람들의 관심사를 엉뚱한 데로 돌리지 말고 현안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블룸버그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