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제조를 장악하고 자동화가 더 많은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차지하면서 사회 공동체는 주로 일자리 변화를 다루고 있지만 다른 측면의 변화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가운데 하나가 전력 사용량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보도에서 자동화 로봇이 전기 사용을 현저히 증가시킬지 여부에 대한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아시아 선진국에서 로봇은 이미 대세가 됐다. 국제로봇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에 따르면 한국, 싱가포르, 일본은 제조업 자동화가 가장 진전된 3개국이다. 한국은 노동자 1만명당 531대의 로봇이 배치돼 21개국 중 으뜸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 398명, 일본 305명으로 그 뒤를 이었으며 미국, 대만 및 유럽 5개 선진국이 상위 10위안에 랭크돼 있다.

로봇이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공장 현장에서 자재를 이동시키는 다른 자동화 프로세스와 마찬가지로 전력 회사는 로봇으로 인해 더 큰 전기 수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 상위 10개국의 지난 10년간의 전력 소비량을 살펴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음을 보여준다.

유럽, 로봇 증가에도 전력 사용은 줄어

미국 에너지정보국(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에 따르면 2006년 이후 한국, 싱가포르, 대만, 미국의 전력 소비는 증가했다. 한국의 전력 사용량은 40% 증가했으며 싱가포르는 30% 증가했다. 그러나 대만의 전력 사용은 소폭 증가에 그쳤으며 10위권 내 가장 큰 전력 소비국인 미국은 불과 1% 증가에 그쳤다. 유럽 국가들의 경우 아예 전력 소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 통계청인 유로스탯(Eurostat)에 따르면 독일, 스웨덴, 덴마크, 벨기에, 이탈리아 등이 2006년 이후 전력 소비량이 소폭 감소했다.

이들 유럽 국가들의 산업화 비중이 낮아서가 아니다. 독일은 산업화 경제 비중이 크고 생산자들의 자동화 움직임이 적극적이다. 지멘스(Siemens)는 노동력을 크게 늘리지 않고 30년 만에 9개 공장의 전체 생산량을 9배로 늘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독일은 10년 전에 비해 전기 사용량을 5%나 줄였다. 이것이 자동화 증가가 에너지 사용량을 낮출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로봇화가 반드시 에너지 사용량을 늘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 노동 없는 곳 전력 소모도 덜해

여기서 주목할 것은 로봇이 상당한 전기 부하를 필요로 하는 곳의 경우 사람이 있으면 이를 더욱 가속화한다는 사실이다. 기계에 비해 사람이 일을 하려면 조명 및 난방과 같은 ‘인간적인’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면적인 로봇화는 전기를 절약할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창출하기도 한다. 인간 노동이 없다면 사람들을 위해 필요했던 전력소비 시스템을 크게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는 얘기다.

가령 구글 데이터 센터에서 사람들이 근무하는 '냉기 통로' 구역은 화씨 80도(섭씨 27도)이지만 다른 곳은 120도에 이른다. 그리고 주변 소음이 너무 커서 방음 귀마개없이는 사람이 들어가지 못한다. 자동화 프로세스를 계속하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시스템을 줄일 수 있다. 사람이 없다는 것은 휴게실에 냉방 시설이나 요리 시설, TV가 필요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모든 제조 회사는 로봇화, 자동화를 추진하면서 저전력이나 전력 절감이 가능한 전략을 함께 찾고 있다. 전력 회사들에게는 다소 맥빠지는 얘기일지 모르지만 전면적인 산업 자동화와 로봇 시대는 추가적인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블룸버그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