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야지의 자율주행 택시

‘라이더(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는 자율주행자동차의 핵심 장비다. 자동차 주변 환경을 3D로 인식해 매핑 작업을 함으로서 안전한 주행을 도와준다. 라이더 없이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을 하려는 업체들도 있지만 대세는 역시 라이더다. 게다가 최근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기술을 채택한 라이더를 속속 개발,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그동안 가격이 비싸 라이더 구입에 어려움을 겪던 개발자들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라이더는 과연 무엇일까. 왜 자율주행자동차의 총아가 됐을까. 지난달 미국 온라인 교육업체 ‘유다시티(Udacity)’에서 분사한 ‘보야지(Voyage)’는 자율주행 택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보야지는 최근 홈페이지에 라이더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제공하는 글을 올렸다. 보야지는 자사 자율주행자동차에 ‘호머(Homer)’라는 이름을 붙이고 주행 테스트도 진행하고 있다. 보야지의 홈페이지 글을 중심으로 라이더의 개념과 현황에 대해 훑어봤다.

라이더의 기본 개념과 역사

▲ 라이더의 원리

라이더의 작동 원리는 무엇일까. 라이더는 초당 수백만개에 달하는 레이저빔을 지속적으로 발사하고, 레이저 광선이 센서에 되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해 거리를 측정한다. 센서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60m 이내의 물체와 사람들을 인지할 수 있다. 라이더는 보통 자동차 지붕 부분에 설치하는데 360도 시야각을 제공한다. 자동차와 물체 또는 사람간에 정확한 거리 정보를 실시간으로 준다. 현재 개발 업체들이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라이더 센서는 벨로다인의 'HDL-62'다. 보야지 역시 이 라이더를 호머에 장착해 자율택시 주행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 호머에 설치된 벨로다인 라이더

▲ 소나

라이더를 이해하기 위해선 유사한 기술을 살펴보는 게 좋다. 자연상태로 존재하는 생물 가운데 심도 센서를 갖춘 생명체는 박쥐(또는 돌고래)다. 라이더처럼 '반향 위치 측정(echolocation)' 방법을 사용해 위치를 측정한다. 무려 5천만년 이상 된 역사성을 갖고 있는 기술이다. ‘소나(Sonar:sound navigation and ranging)’로 불리는 이 기술은 음파를 사용해 거리를 측정한다.

▲ 소나의 원리

소나는 지난 1차 세계대전 당시 잠수함이 등장하면서 처음으로 거리 측정에 활용된 기술이다. 소나는 수중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소리를 이용한 소나 센서는 물속에서 전파나 빛 보다 훨씬 먼 거리를 탐지하는 게 가능하다. 지상으로 올라오면 달라진다. 소나 센서는 현재 자동차의 주차 센서로 많이 사용된다. 자동차와 벽 사이의 거리(5m 이내)를 주로 측정한다. 아주 짧은 거리의 물체를 인식하지만 저렴한 제품이다. 하지만 소나 센서는 라이더처럼 지상에서 60m 이상의 거리를 탐지하는 능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레이더

레이더(radio detection and ranging) 기술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개발됐다. 빛이나 소리대신 전파를 사용한다. 보야지는 자율주행 택시에 많은 레이더를 설치해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200m 정도 떨어진 곳의 물체를 인지하고 추적할 수 있다. 악천후에도 비교적 잘 작동하고 가격도 무난하다. 레이더는 단순히 위치를 인식하는데 그치지 않고 물체를 추적하는 게 가능하다. 자동차의 속도와 이동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라이더처럼 세세한 정보를 주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레이더와 라이더는 배타적이기 보다는 상호보완적이다.

▲ 레이더를 자동차 측방에 설치했다.

▲라이더

라이더는 1960년대에 레이저가 출현하면서 탄생했다. 지난 1971년 아폴로 15호에 탑승한 우주비행사들은 라이더 기술을 활용해 달의 표면을 매핑하는 데 성공했다. 라이더가 자율주행 자동차에 채택되기 전에 라이더를 활용해 성공한 대표적인 분야가 고고학이다. 고고학에 이용된다는 게 다소 의외다. 멕시코 고대 도시 안가무코(Angamuco) 탐험에 나선 고고학자들은 처음에 도시의 규모를 가늠하지 못했다. 고고학자들은 라이더를 활용해 광범위한 지역의 지도를 만들었는데 이 지도는 중앙아메리카의 피라미드와 고대의 구기 게임인 ‘폭-타-폭’ 구장을 발견하는데 공을 세웠다. 이른바 '라이더 고고학(Lidar archaeology)'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학문은 숨겨진 유적을 발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농업 분야에도 라이더가 사용됐다.

▲ 유적지를 라이더로 매핑한 지도

드디어 2000년대에 처음으로 라이더가 자율주행 자동차 안으로 들어왔다. ‘2005 그랜드 DARPA 챌린지’에서 스탠포드대학 연구팀이 ‘스탠리’라는 자동차에 ‘SICK’라는 라이더를 탑재했다. ‘SICK’ 라이더는 한방향으로 빔을 쏘는 2차원 라이더다. 지금처럼 전방향으로 빔을 쏘는 3D 라이더는 아니다. 2차원 라이더로 여러 방향을 인지하려면 여러대의 라이더가 필요하다.

▲ 스탠포드의 자율주행차 '스탠리', 라이다가 5개가 있다.

이때문에 스탠리는 5개의 라이더를 지붕위에 달고 있었다. 물론 스탠리에는 군사용 GPS, 자이로스코프, 가속도계, 80m 이상 전방 주시가 가능한 카메라 등도 있었다. 또 차체에는 6대의 1.6GHZ급 프리미엄 리눅스 PC가 실렸다. 2005년 스탠포드대 팀은 스탠리로 ‘2005 그랜드 DARPA 챌린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라이더의 대명사 '벨로다인'

벨로다인은 라이더 시장을 이끌고 있는 업체다. 벨로다인은 지난 1983년 오디오 전문 기업으로 출발했다. 저주파 음성과 서브우퍼 기술에 특화되어 있었다. 벨로다인은 스탠리가 데뷔한 비슷한 시기에 라이더를 개발했다. 벨로다인 창업자인 데이비드 홀(David Hall)과 브루스 홀(Bruce Hall)은 2004년 DARPA 대회에 ‘DAD(Digital Audio Drive)’라는 이름으로 참가했다. 2005년 두번째 대회에 참가하면서 데이비드 홀은 3D 기반 라이더 기술을 발명하고 특허를 획득했다. 벨로다인은 라이더의 상용 판매를 위해 크기와 무게를 줄이는 대신 성능을 향상시켰다. 벨로다인 최초의 라이더는 직경 30인치에 무게가 거의 100파운드에 달했다. 벨로다인의 'HDL-64E' 라이더는 2007년 어반 챌린지 참가팀들이 대거 채택했다. 최종 결선에 진출한 6개 팀 가운데 5개 팀이 벨로다인의 HDL-64E 라이더를 장착했다. 데이비드 홀의 발명품은 현재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가 있다.

▲벨로다인 DAD팀

자율주행차에 라이더가 채택된 이유는 바로 탁월한 3D 매핑 때문이다. 라이더를 탑재한 자율주행차는 도로의 차선의 경계, 전방에 있는 신호등 표시 등을 높은 정확도를 갖고 미리 인식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라이더 기술이 발전한 이유다.

라이더는 주행 중 물체, 장애물, 사람, 자동차 등을 인식하고 추적도 가능하게 해준다. 지금의 라이더는 자전거를 탄 사람과 일반 보행자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되어 있다. 사람의 이동 속도와 방향도 알 수 있다. 높은 해상도와 예측성은 라이더가 자율주행자동차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잡은 이유다.

▲ 구글 자동차의 라이더릴 이용한 3D 매핑(자전가 탄 사람과 보행자가 분명히 구분되고 있다.)

라이더 없이 카메라를 이용해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려는 기업들도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바로 테슬라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대표는 “사람은 오직 눈과 귀, 그리고 두뇌만으로 환경을 인식하고 이동한다”며 왜 차에는 안되냐고 반문했다. 테슬라 외에도 콤마, 오토X 등이 라이더 없이 카메라를 이용해 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하려 하고 있다.

라이더의 미래

라이더 개발 업체들은 가격을 낮추고 해상도와 인식 거리를 늘리는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고체형(Solid-state) 라이더는 1000달러 미만의 라이더 시대를 열고 있다. 레다테크(LeddarTech)가 대표적이다. 현재 라이더 가격은 8만 달러에 달한다.

해상도와 거리를 늘리려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는데, 200m까지 물체 인식 및 추적이 가능한 제품들이 개발되고 있다. 루미나(Luminar) 같은 스타트업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