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산업별 고용 현황(영국인:청색과 비영국인:주황색 비율)

최근 영국 테레사 메이(Theresa May) 총리가 유럽연합(EU) 의장에게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공식 통보한 서신을 보낸 가운데 블룸버그는 브렉시트(Brexit)가 영국 내 저조했던 로봇 도입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렉시트를 전후로 영국의 이민자 비중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그 대안으로 로봇이 떠오르고 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현재 30만 명에 달하는 이민자 비중이 10만 명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이민자들에 크게 의존하면서 자동화 투자에 뒤떨어져있는 식품 생산 및 소매 유통과 같은 사업 종사자들에게 위기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옥스포드 대학의 이민 연구소에 따르면 아마존, 아소스Plc, Wm 모리슨 슈퍼마켓 등의 창고에서 일하는 포장 작업자 및 물품 피커(picker) 중 4분의 1 가량은 영국 태생이 아니다. 식품 제조업 전반적으로 종사자의 41%가 이민자 출신인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으로 유입되는 EU 이민자 수가 줄어들 경우를 대비해 기업들은 부족분을 보완하기 위해 로봇 및 자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저숙련 노동력 필요한 업종에 로봇 투입

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를 비롯해 다른 회사의 유통 사이트를 운영하는 창고 회사인 윈캔튼(Wincanton Plc)은 자사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로커스 로보틱스의 툴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윈캔튼의 소비재 담당 책임자인 이안 호웨(Ian Howe)는 “영국 시장의 저숙련 기술자 분야의 경우 노동력 문제가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 및 자동화 시스템 활용도를 높이려는 업계의 움직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로봇 기업들도 이미 영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발빠르게 나섰다. 윈캔튼을 고객사로 확보한 로커스 로보틱스(Locus Robotics)는 올해 영국에서 창고 주변을 돌며 진열대에서 선적 부두까지 상자를 운반하는 자율 기계를 판매할 계획이다. 로커스의 설립자 브루스 웰티(Bruce Welty)는 브렉시트로 인해 로봇 업체에는 더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말한다.

스위스 ABB는 산업용 로봇을 영국의 팬케이크, 포파돔(기름에 얇게 구운 동남아시아 지역의 빵) 및 마쉬멜로 생산 기업에 공급키로 했다. 스마트폰 공급 업체를 위해 컴퓨터로 제어되는 공작 기계를 만드는 일본의 화낙(Fanuc)은 오는 5월 새로운 영국 공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로봇을 통해 생산성 향상까지 기대

로커스봇(LocusBot)은 헤드에 터치스크린이 달린 어깨높이의 로봇으로 창고 통로를 탐색해 사람 피커가 기계의 운반 트레이로 가져가기 전에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찾아준다. 웰티는 “3만 5000달러의 로봇을 통해 직원이 선택할 수 있는 품목 수를 200%에서 500%까지 늘릴 수 있으며 6명의 직원이 20~25개의 작업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1년 전 자동화시스템 공급 업체 콰이어트 로지스틱스(Quiet Logistics Inc.)에서 분리된 로커스 로보틱스는 미국에서 200대의 로봇을 판매했으며 영국에서는 수 천 대 판매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메이 정부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을 약속했지만 영국의 산업용 로봇 수는 아직 미흡하다. 자동차 제조 회사를 제외하면 영국은 1만명당 33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는 독일 170대, 한국 411대를 크게 밑도는 수치이다.

잉글랜드 은행(Bank of England Chief Economist)의 앤디 할더네(Andy Haldane) 은행장은 “영국 기업들이 자동화를 채택한다면 영국 내 1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로봇의 부상으로 실직자들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영국 기업들의 로봇 도입 움직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로봇기업에게 브렉시트 영국은 기회의 땅

잉글랜드 북부에 있는 크래프트 하인즈 유통 사이트는 수작업이 없이도 재고를 대부분 처리할 수 있다. 100명 미만의 인력으로도 1년에 1억 개의 구운 콩 파레트를 처리하는 시설을 운영할 수 있으며 휴식이나 교대 근무없이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ABB의 4만 파운드(5만 달러)짜리 유미(YuMi) 같은 협업 도구를 찾고 있다. 유미는 조립라인에서 인간 동료와 함께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근육질의 양팔 로봇이다. ABB의 영국 판매 관리자 마이크 윌슨(Mike Wilson)은 브렉시트를 ‘단계 변화’라고 표현한다. 영국에서의 로봇 판매가 연간 10-15% 성장할 수 있으며 특히 최저 임금 인상은 기업들이 자동화에 투자할 수 있는 또다른 이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