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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주의 비하인드 2 : 히로시 이시구로 오사카대 교수"당신은 안드로이드와 사랑에 빠질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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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20  2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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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부터 19일까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서 열린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 SXSW ) 2017' 행사 현장에서 걸스로봇 이진주 대표가 히로시 이시구로 오사카대 교수를 인터뷰했다. SXSW는 매년 봄(보통 3월) 미국의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개최되는 일련의 영화, 인터랙티브, 음악 페스티벌, 컨퍼런스이다. 그 내용을 게재한다. (편집자)

   
 
그는 이상한 사람이다. 똑같은 까만 옷을 스무 벌이나 사서 돌려 입고, 자신을 꼭 닮은 안드로이드 로봇을 만들어 ‘브라더’라고 부른다. 인간 여성을 닮은 안드로이드 ‘에리카’가 사람보다 예쁘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상한 것은 팔다리가 완성되지 않은, 나이와 성별을 알 수 없는 커뮤니케이션 로봇 ‘텔레노이드’를 자기 마음 속의 진짜 걸작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사진 속의 그는 절대 웃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잘 웃는다. 인간 여성과 결혼해 딸을 두기도 했다. 안드로이드를 만들다가 어느새 안드로이드화 된 사나이, ARSO2017과 SXSW2017이 열린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를 만났다.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히로시 이시구로 일본 오사카대 교수는 ARSO2017의 초청연사였다. 마지막 날 마지막 순서로 강연을 마치자, 다른 연구자들이 다가와 그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로봇계의 대부’인 천하의 오사마 카티브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마저 셀카를 청할 정도였으니, 스타들 중의 스타였다고 할까. 그에게는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첫 눈에는 과연 이상한데 볼수록 묘하게 끌렸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날 다른 교수들과 함께 그의 작업들에 대해 토론할 때만 해도, “그의 안드로이드는 좀 무섭지 않아요?”가 나의 입장이었다. “굉장히 외롭고 소셜 떨어지는 사람일 거야. 그래서 자기를 닮은 로봇을 만드는 거지.” 나는 영화 속 ‘미친 과학자’의 이미지를 투영해, 멋대로 그를 추측했다. 

   막상 만난 그는 매체에 비쳐왔던 이미지와는 다소 달랐다. 그는 한 시간의 강연을 쇼처럼 꾸미고, 무대를 누비며 만담을 던졌다. “저를 복제한 ‘제미노이드’는 제 대신 강연여행을 가죠. 저보다 초청비용이 훨씬 쌉니다. 저는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는데, 이 친구는 이코노미면 되거든요.” “안드로이드가 강연할 때는 장점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강연을 마치고 나면 사람들이 몰려와 몸을 만져보죠. 이 중에서는 아무도 제 몸을 만지고 싶어하지는 않으시잖아요?” “해외 강연여행을 다니다 보면 안드로이드의 머리를 분리해서 가져가야 하는데요, 공항 검색대에서 항상 붙잡힙니다. 내가 누군지, 이게 뭔지 한참 설명해야 하죠.” “이 안드로이드는 ‘에리카’예요. 정말 예쁘죠? 저는 어떤 인간 여자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기묘한 광경들을 상상하며 관객들이 웃을 때, 자신은 조금도 웃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는 프로였다.

   그는 누구의 곁에서도 무뚝뚝했다. 사람을 가린다면 몰라도, 한결같이 무뚝뚝한 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날따라 허리가 아프다며 까만 지팡이에 기대 ‘짝발’을 짚고 선 그는, 다소 거만해 보였다. 엘비스 프레슬리 또는 미국식 B급 애니메이션 '비비스와 버트헤드'처럼 과장돼 보이는 머리 모양도 한 몫 했다. 실내에서도 특유의 각진 보라색 선글라스를 벗지 않았다. 알고 보니 직접 디자인한 것이라고 했다.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며 손가락으로 ‘롱혼(텍사스의 상징인 캐틀 브리드 품종 황소의 뿔)’을 만들며 포즈를 취할 때도, 그는 조금도 웃지 않은 채 혼자 가만히 서 있었다. 이시구로 교수와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을 때, 눈에 띄는 댓글이 하나 달렸다.
“‘언캐니 밸리’를 사람에게서 느끼다니, 안드로이드를 만들다가 안드로이드화 된 걸까요? 정말 놀라운 HRI(휴먼-로봇 인터랙션)로군요.”


   이시구로 교수는 SXSW2017에서도 초청 강연을 했다. 지난해에도 같은 무대에 섰다. 수백 수천 개의 강연이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는 SXSW는 ‘선택장애’를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카오스다. 그 속에서도 그의 강연과 로봇들은 눈에 띄었다. ARSO2017에서 그는, SXSW2016을 다룬 기사들을 보여주며 오만하게 말했다. “제 기사가 신문에 크게 났죠. 그만한 사이즈로 다뤄진 사람은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또 오스틴에 온 거예요.” 드라마 '하얀 거탑'이나 '베토벤 바이러스'에 천재 의사와 천재 마에스트로 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김명민 같은 태도와 말투였다. 이시구로 교수의 말과 행동은 어쩐지 계산된 연기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그는 관객들이 원하는 ‘천재 박사’ 연기를 하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괴팍하고 고독한 외골수 과학자의 캐릭터를 말이다. 
  
   
 
   ARSO의 참석자들이 간단한 점심을 먹으며, 학회 조직위원장인 루이스 센티스 교수의 UT 오스틴 대학 인간중심로봇연구소(HCRL)로 투어를 갈 채비를 서두르고 있을 때, 그는 샌드위치 하나를 집어 들고 밖으로 나갔다. 관계자들에게 어떤 인사도 남기지 않은 채였다. 이 괴상한 손님을 뒤따라가며 나는 황급히 물었다. “발표자료 속에서 텔레노이드를 본 사람들은 남녀노소 모두 웃고 있던데, 사실 저는 좀 기괴하고 무서웠거든요. 저만 그럴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런 반응을 보인 사람은 더 없었나요?” “없었어요. 처음엔 놀라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곧 좋아하게 돼요.” “아닐 것 같은데요. 정말 백 퍼센트 확신하시는 거에요?” “네, 백 퍼센트!” 그는 단호히 걸음을 옮겼다. 작은 관광버스 두 대가 모두 오스틴 대로 간다는 걸 안 그는, 홱 몸을 틀었다. “어디로 가시는데요?” “다운타운.” 이 오만한 남자는 지팡이와 함께 사라졌다. 잠시 후, 초청연사가 인사도 없이 떠나버린 걸 알고, 센티스 교수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와 다시 예기치 못한 조우를 하게 된 건 며칠 뒤, 사방에서 음악소리가 들려오는 오스틴의 한 횡단보도에서였다. 나는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리는 한 ‘밋업’에 참석하려던 참이었다. 그는 메리어트에 묵고 있다고 했다. 옷차림과 머리 모양은 똑같았지만, 그날은 지팡이가 없었다. “평소에 짚고 다니는 건 아니에요. 그 때만 특별히, 허리가 아파서.”

   이번에는 그가 내게,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밋업이요.” “그 밋업이 내 강연보다 재미있을까요?” “아니요!” “그럼, 나랑 같이 가시죠!” 홀린 듯 그를 따라 간 곳은, 목 좋은 자리에 근사하게 꾸며놓은 일본 전시관 '재팬 팩토리'였다. 지난해 자신을 닮은 제미노이드를 설치해 관객들과 대화하게 하고, 저희들끼리 재잘대는 아기 로봇을 선보였던 바로 그 자리다. 당시 나는 그를 닮은 로봇을 잠시 사람으로 착각했었다.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그의 얼굴을 한 번 찔러보기도 했었다. 올해 재팬 팩토리는, 이시구로 교수의 여성형 안드로이드 에리카와 얼굴 가면을 붙인 휴머노이드를 놓고, 진짜 사람과 3자 토론을 시키는 참이었다. ‘사람과 자율주행자동차 중 어느 쪽이 더 나은 운전자인가’, ‘스시와 라멘 중 어떤 것이 더 좋은 음식인가’가 토론의 주제였다. NTT의 음성인식과 음성합성 기술을 적용해 나름의 자율성과 논리를 가지고 사람과 대화하는 그의 로봇들은, 재팬 팩토리에서 관객들에게 무제한 제공하는 고급 스시만큼이나 인기가 좋았다.

   재팬 팩토리를 기획한 키츄무라 쿠미코는 한 인터뷰에서 “오늘날의 로봇은 사람처럼 말할 수 있고, 가상현실은 환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며 “인간과 로봇, 현실과 가상현실, 장인정신과 기술, 의식과 잠재의식은 동시에 융합된다. 재팬 팩토리는 그러한 교차 가능성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삶의 방식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VR 기기와 웨어러블 장비를 뒤집어쓰고 게임에 열중한 사람들, 저마다의 스펙타클에 빠져 각자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는 이들을 보니, 그런 세상이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다만 자신이 로봇임을 아직 감추지 못하는 휴머노이드와 인간을 꼭 닮은 안드로이드, 기계들에 꽂힌 약간 이상한 사람의 대화는 아직까지 ‘현실적’이었다. 전시장을 방문한 이들은 이 실험적인 3자 대면을 지켜보다 이시구로 교수를 알아보고 사진을 찍었다. 한 서양 여성 관객이 다가와 그에게 셀카를 찍자고 청했다. “아, 당신이 이 로봇들을 만든 사람이군요. 정말 아름다워요!” 찬사를 듣고서도 그는, 역시나 무표정했다.


   사람들은 그의 셀레브리티 같은 면모에 반응하고, 하나의 신기한 장난감으로서 그의 로봇들에 주목하지만, 이시구로 교수는 한결같이 진지했다. 강연을 마치고 나온 그에게 평소 궁금하던 것들을 쏟아 부었다. 또 어디론가 사라질까 봐 마음이 급했다. 애초 인터뷰를 하고자 했던 건 아니었다. 그저 개인적인 관심사였을 뿐. 
  
   
 
“안드로이드의 피부는 실리콘인가요?” “네.” “어떻게 목욕을 시키죠?” “목욕시키지 않아요. 가끔 특수한 화학약품으로 닦아내죠.” “화장은요? 특수 페인트를 쓰나요?” “아니에요. 일반 화장품을 사용해요. 당신이 지금 바른 것과 똑같은 거에요.” “그럼, 화장도 특수 용제로 지우나요?” “화장을 지우는 클렌저를 쓰죠.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와서 바꿔줘요.” “안드로이드는 뭘로 움직이나요? 배터리?” “공압, 그래야 더 자연스럽게 움직이거든요. 우리 안드로이드에는 모터를 쓰지 않아요.” “그럼, 텔레노이드는요?” “그건 배터리를 써요.” “몇 시간이나 작동해요?” “네 시간.” “충전이 가능한가요?” “그럼요.” “전원장치는 어디에 있나요? 등?” “어딘가에 있겠죠.” “대화능력은 어느 정도나 되나요?” “10시간 동안 쉬지 않고 말할 수 있어요.” “안드로이드는 결국 파트너로봇으로 진화하게 될까요?” “섹스로봇 말인가요?” “네.”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일반적인 섹스돌보다는 열 배, 스무 배쯤 비쌀 거예요.” “아니, 언젠가 말이에요. 대중화되지 않을까요?” “그렇겠죠.” 

“그런데 우리, 이렇게 서 있지 말고, 밥 먹으러 갈래요?” 

   밥을 먹자고 청하는 걸 보니, 사회성이 아주 떨어지는 미친 과학자는 아닌 것 같았다. 그는 이번에도 앞장을 섰다. 유독 뻣뻣해 보이는 긴 다리로 휘적휘적 걸었다. 걸을 때는 왼손을 리드미컬하게 흔드는 버릇이 있었다. 나는 또 그를 뒤따라가며 물었다. “어, 그러면 식사를 하는 동안, 저와 잠시 인터뷰를 할 수 있을까요?” “이미 하고 있잖아요.” 뭐랄까. ‘나쁜 남자’에게 정신 없이 휘둘리는 여자가 된 기분이었다. “오빠, 우리 도대체 무슨 관계에요?” “이미 사귀고 있잖아.” 그런 상황이랄까. 카리스마 있고 제멋대로인 이 나쁜 남자는, 상대를 은근히 챙겨주고 또 은근히 재미있는 데가 있었다. 시쳇말로 ‘츤데레’. 하우스 햄버거와 치킨 스테이크를 시켜놓고, 다시 질문을 시작했다. 그는 독하지 않은 화이트 맥주 한 잔을 주문했다. 몇 모금 마시지 않았는데, 금세 얼굴이 빨개졌다. SXSW에 와서 주량이 칵테일 두 잔으로 늘어난 나보다, 더 술이 약한 것처럼 보였다.

이상한, 이상하지 않은

   “교수님은 진짜 인간들에게 인기가 많은 편인가요?” “모두가 나를 알죠. 인기가 많다고 할 수 있겠네요.” “셀레브리티처럼요?” “네, 셀레브리티처럼요.” “진짜 친구도 있으세요?” “그럼요, 재팬 팩토리의 소니 담당자인 데츠야 미즈구치나 USB 메모리를 만든 히데시 하마구치도 정말 친한 친구에요. 그런데 왜 그런 걸 묻죠?” “사회성이 한참 떨어지시는 건 아닌가 생각했거든요. 당신은 좀 이상하잖아요.” 나는 그의 이상함을 표현하기 위해 ‘strange(낯선)’라는 단어를 썼다. ‘abnormal(비정상적인)’ 하다고도 했다. 면전에서 그런 표현을 했는데도, 그는 머리를 젖히고 웃었다. 이번엔 그가 물었다. 

   “당신은 왜 로봇을 좋아해요?” “글쎄요. 어릴 때부터 좋더라고요. '그랜다이저'나 '마징가'를 보며 자랐어요. 대학 땐 '에반게리온'을 봤죠.” “나는 '건담'이요. 건프라의 광팬이죠.” “정말요? 저도 건담 좋아해요. 오다이바에 있는 대형 건담 조각상이 3월에 철수한다고 해서, 지난 달엔 그거 보러 갔었어요.” “순전히 그것 때문에 오다이바에 간 거에요?” “네, 순전히 그것 때문에 갔죠. 마지막으로 같이 사진도 찍고, 한정판 건프라를 잔뜩 사왔어요.” 그는 나의 ‘덕력’에 마음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내 친구들도 좀 이상하긴 하네요. 아, 친구들 중 하나가 '공각기동대'의 시나리오를 썼어요.” “와, 저도 공각기동대 팬인데, 역시 대단히 이상하네요! 그런 친구들과는 뭘 하세요? 운동? 잡담? 게임? 음주?” “그냥 이야기를 하죠. 술을 마시기도 하고요.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레즈(Rez Infinite. 위에서 소니 담당자이며 자신의 친구라고 소개한 데츠야 미즈구치가 개발한 게임)’라는 게임도 하고, 음악도 들어요.” “무슨 음악이요?” “요즘은 이지 리스닝을 들어요. 한 때 헤비메탈을 좋아했어요. 롤링 스톤즈의 빅 팬이었죠.” 

   “그래서 가죽 점퍼를 입으시는 거에요?” “아니 뭐.” “그 까만 옷이 몇 벌이나 있으세요?” “스무 벌요.” “셔츠와 바지와 점퍼 모두요? 똑같이 까만 색으로?” “네, 가죽 점퍼는 비싸서 다섯 벌만 샀어요. 셔츠와 바지는 똑같은 걸로 스무 벌 있어요.” “점퍼는 제미노이드도 입히시구요?” “네,” “제미노이드는 당신의 아들 같은 건가요?” “형제죠. 난 그를 ‘선’이 아니라 ‘브라더’라고 생각해요.” “점퍼 브랜드 알려주실 수 있어요?” “음, 사실은 브랜드가 없어요. 이탈리아의 작은 수제 가게에서 특별히 맞춘 거거든요.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맞춰 입는 곳이죠.” “헐, 당신 진짜 스타군요. 한 가지 스타일을 고수하는 건 스티브 잡스나 마크 주커버그 같아요.” “네, 옷은 내 정체성을 상징하거든요. 갈아입을 필요가 없죠. 당신은 매일 이름을 바꾸지 않잖아요? 옷도 마찬가지에요. 사람들은 이 까만 옷을 저라고 인식하죠.” 돌아와 인터뷰를 정리하며 참고자료를 찾다가, “까만 옷은 여름에 덥지 않느냐”고 질문했다가 면박을 당했다는 어느 기자의 이야기를 읽었다. “에어컨이 있잖아요. 자, 다음 질문!” 으하하.

   “머리는 왜 그렇게 하시는 거에요? 엘비스 프레슬리나 '비비스와 버트헤드' 같잖아요. 너무 웃겨요.” 나는 대놓고 그를 놀려대기 시작했다. 그는 더 놀라운 사실을 털어놨다. “이 머리, 내가 직접 자른 거에요.” “아, 정말요? 가위로?” “네, 십이 년 전부터 그렇게 해왔어요. 거울을 보고, 이렇게 싹둑!” “전문 이발도구를 갖고 계세요?, 완전 좋은 가위 있잖아요.” “아뇨, 난 항상 해외 출장을 다니기 때문에, 그렇게 크고 좋은 가위는 갖고 다닐 수가 없어요. 아주 작은 여행용 가위로 대충 잘라요.” “해외 출장을 얼마나 자주 다니시는데요?” “일 년에 스무 번쯤.” 그는 누구보다 정신 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 미용실에 갈 시간 같은 건 없는 것이다. 도쿄에 살면서, 오사카에서 강의한다. 그는 "20년 전에 결혼했지만, 항상 집이 아닌 곳을 떠돌며 연구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안드로이드 회사를 창업했고, 전세계를 누비며 강연을 다닌다. 잠은 하루에 다섯 시간 밖에 자지 못한다. 제미노이드를 학회에 보낸다는 건 빈말이 아니다. 그야말로 로봇을 활용한 ‘텔레 프레즌스(원격재연)’의 신봉자인 셈.

   “로봇계에 경쟁자가 있으세요? 예를 들면, 핸슨이라든가.” “없어요. 핸슨은 내 경쟁자가 아니에요. 제자지.” “아, 그런가요? 최근에 엄청난 중국 펀딩을 받고 홍콩으로 이주했다고 들었어요.” 듣고 보니, 거기에는 기사로 옮기지 못하는 사연이 있었다. “아무튼 지금 홍콩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건 사실이에요. 우리는 많은 협업을 했죠.” “사실 저는 핸슨이 안드로이드의 브라이트 사이드라면, 당신은 안드로이드의 다크 사이드라고 생각했었어요. 핸슨의 로봇은 밝고 행복해 보이는데, 당신의 로봇은 어쩐지 어둡고 우울하달까요. 다스베이더 같잖아요.” “그건 아닐 걸요. 내 로봇도 행복해요. 아픈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죠. 나와 핸슨은 비교대상이 아니에요. 핸슨은 어린애 같아요.” “어떤 점에서 그렇죠?” “핸슨은 자기가 일하고 싶을 때만 일하고, 하고 싶은 것만 해요. 절대 나쁜 일이 일어날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아요. 엄청나게 순수하고 긍정적이죠. 하지만 나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진지하게 임해요. 내 로봇을 발전시킬 의무감을 느끼죠. 어려움이 닥쳐올 것에 대해서도 대비하고요.” “그렇다면 당신은 어른인가요?” “글쎄요, 사실 내게도 아이 같은 부분이 있죠. 하고 싶은 대로 하니까. 하지만 핸슨에 비해서는 훨씬 덜해요.” ‘홍콩에 가서 핸슨을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가 덧붙였다. “참, 나는 속도광이에요. 운전을 미친 듯이 하죠.”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자신의 차를 보여줬다. 새까만 박쥐 같은, 포르셰였다. 다스베이더거나, 배트맨이거나, 어쨌거나 어른의 취미였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틈타, 다시 물었다. 문제의 그 텔레노이드 말이다. “지난 번에 텔레노이드를 모두가 좋아한다고 하셨잖아요. 백 퍼센트. 그거 진짜에요? 전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요.” 그는 이번에도 텔레노이드의 편을 들었다. “음, 사실이에요. 치매를 앓는 노인이나 자폐증을 가진 어린이들에게 로봇을 활용한 치료법을 적용하기도 하는데요, 너무 사람처럼 생긴 안드로이드에는 잘 반응하지 않아요. 그들은 더 단순화된 로봇을 원하죠. 나는 인간처럼 느껴지는 최소 기준이 뭔가를 고민했어요.” 

   나는 반격을 이어갔다. “그런데 뭐랄까, 사람이라고 하기엔 여전히 좀 무서운 데가 있어요. 머리는 성인처럼 크고, 얼굴은 없죠. 그리고 팔다리는 불가사리처럼 잘려있고, 엉덩이는 있어요. 전체 크기는 어린아이지만, 아기처럼 느껴지지 않아요. 왜 그렇게 만드셨어요?” 그도 방어했다. “얼굴이 없지는 않아요. 있어요. 있는데 ‘뉴트럴 페이스’라 구별하기 어려운 거에요. 남자인지 여자인지 성인인지 어린아이인지 분간할 수 없게 만든 것뿐이죠. 나는 젠더도 나이도 알 수 없는 인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나는 공격수위를 낮추었다. “그러면,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이 애착하는 대상을 투영할 수 있겠군요. 어차피 커뮤니케이션 로봇이니까요.” 그는 순하게 대답했다. “그렇죠.”

   SXSW로 출장을 떠나오기 전, 영국 과학박물관과 일본 미래관에 전시된 텔레노이드를 두고, 나의 SNS 담벼락에선 격론이 벌어졌었다. 영국의 한 매체는 텔레노이드를 가장 기괴한 로봇으로 꼽아두고 있었다. 그 기사를 본 나는 텔레노이드가 일본 성인문화의 나쁜 형태, 그러니까 인신매매로 잡아온 여성의 팔다리를 잘라 성노예로 삼는, 나쁜 상상력의 일부를 차용한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그러니까 고의적인 신체 절단의 이미지 말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에는 육체적인 장애를 가진 캐릭터를 ‘모에화(애정의 대상으로 묘사)’하는 전통이 있다.

   그런데 일본 미래관에서 직접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했던 포항공대의 한 여성 연구자가 조심스레 다른 의견을 냈다. “막상 보면, 사람에 따라 의견이 갈리더라고요.” 일본 리쓰메이칸대에서 근무하는 이주호 교수가 그를 옹호하고 나섰다. “이시구로 교수는 인간의 최소단위를 고민했다고 하더군요. 창작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않고, 무작정 기괴하다고 단정짓는 건 위험합니다.” 다시 내가 개입했다. “창작자의 의도란 건, 흔히 좋은 쪽으로 왜곡될 수 있어요. 본인조차 잘 모를 수도 있고, 일부러 숨기기도 하고요. 때론 터무니없이 나쁜 쪽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죠. 어떤 의도로 만들었다고 해서 그걸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어요.” 그날의 토론은 결국 직접 보고 판단하는 수밖에 없겠다는 것으로 끝났다.

   그러다 ARSO2017에서 그의 강연을 들은 뒤에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인간이란 존재를 인간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있었다. 영혼이란 것, 정신이란 것, 마음이란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 대화란 것, 커뮤니케이션이란 것의 본질은 또 무엇인지, 로봇이 그것들을 흉내 낸다면 과연 어디까지 할 수 있을 것인지. 그가 로봇들을 활용해 인간을 ‘대화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걸 보고, 나는 우리의 ‘속기 쉬운’ 본성에 대해 절망과 두려움을 느꼈다. 또한 사진 속 환자들이 애인을 끌어안듯 너무나 환하게 웃으며 텔레노이드를 안고 있는 것을 보고는, 나의 의심이 편견은 아니었던가 자문해봤다.

   
   그로부터 며칠은 내내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결국 로봇은, 파트너 로봇, 섹스 로봇의 방향으로 진화하게 돼 있다. 그 방향으로의 진화는 인간의 본성 상, 막을 수가 없는 일이다. 포르노 산업이 인터넷의 폭발을 가져왔듯이 말이다. 또한 개인의 차원에서 안드로이드는, 자기 자신을 복제해 스스로를 대리하게 하는 텔레 프레슨스 실험에 활용되고 있다. 이시구로 교수는 어쩌면 그 첨단을 걷는 중이고, 누군가 그를 억지로 막는다고 해도 다른 누군가는 또 그걸 할 것이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내가 사회성이 좋은 안드로이드를 만들어 아바타로 사용한다면 어떨까. 나는 현실 뒤로 숨고 안드로이드가 세상에 나가 나를 대리할 때, 어떤 것이 진짜 나라고 할 수 있을까.
 
   아이작 아시모프나 미치오 카쿠의 예견대로, 인류가 고도로 발달하면 어느 순간 육체를 버리고 정신적으로만, 어쩌면 전자적으로만 존재하게 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안드로이드나 사이보그, 가상현실의 실험은 각자 다른 방향에서 그 방향으로의 진화를 앞당기고 있다. 어쩌면 인류라는 종은 그 옛날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가 했던 것 같은,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다시 한 번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이십 년 전, PDA에 전화기 기능을 넣는 실험과, 전화기에 PC 기능을 넣는 실험이 동시에 진행된 적이 있었다. 결과는 우리가 아는 대로 휴대전화의 승리다. 안드로이드에 인간의 속성을 부여하는 것(이시구로 교수)과 인간의 신체를 변형시켜 사이보그를 만드는 것(휴허 MIT 교수), 그리고 가상현실과 현실을 분리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결합하는 것 중, 어떤 선택이 인류를 끝까지 살아남게 만들까. 우리는 휴대전화의 진화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거대한 실험을, 목도하고 있는 중이다.

   “인류와 로봇의 결합 과정에서 향후 수십 년은 안드로이드가 우세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걸 일본 학자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보고 있어요.” 나는 그에게 상찬을 건넸다. “왜 그렇죠?” 그는 궁금해했다. “일본 특유의 아니메 문화, 오타쿠 문화, 카와이 문화, 그리고 사물에도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문화 때문이죠. 그런 건 오랜 역사를 가진 것이고, 성장과정에서 공기처럼 스며드는 거에요. 다른 세계관을 가진 서양의 학자들은 당신의 작업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거예요.” 그는 나를 시험했다. “한국 학자들은요?” “아마 다른 걸 잘 하겠죠. 휴머노이드라든가, 엑소라든가. 안드로이드의 감수성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그렇군요. 사실은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는 씩 웃었다.

   
   “교수님은 왜 로봇을 만드시나요?” “사람을 이해하고 싶어서요. 나는 사람이 뭔지 항상 궁금했어요.” “언제부터요?” “아주 어릴 때부터요. 대학에서는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했고, 한 때 유화 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이후 기계를 다루게 됐죠. 로봇으로 수렴되는 건 자연스런 귀결이었어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같이 하기란 어렵지 않나요?” “둘 다 잘하는 나 같은 사람도 있어요. 둘은 사실 멀지 않아요. 초기 컴퓨터 프로그래밍 단계에서는 ‘어셈블리’라는 언어를 배웠어요. 그 때 컴퓨터의 구조를 이해하는 훈련을 했죠.” “사람의 무엇이 궁금했나요?” “의식이나 마음 같은 것. 예컨대 사랑 같은 것. 당신은 진짜 사랑이 뭔지 알고 있나요?” “저는 잘 몰라도, 어떤 이들은 알지 않을까요?” “확신해요?” “네, 그러니까 소설도 쓰고, 영화도 만들고, 음악도 작곡하는 거겠죠.” “그건 사랑 비슷한 감정일 텐데요. 사랑을 흉내 내는 거에요. 아무도 진짜 사랑이 뭔지는 몰라요.” 

   “그럼, 분노 같은 건 어때요? 그건 누구나 품는 감정이잖아요?” “아니요, 저는 화를 내지 않아요.” “화를 내지 않는 것이 가능한가요?” “가능해요. 초등학생 시절부터 훈련해 왔어요. 사람들이 화를 내는 것이 이상했어요. 화내지 않고도 어울릴 수 있잖아요. 화를 낸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유익이 없어요.” “유익이 아니라 감정이요. 사람은 유익을 따지기 전에 이미 감정을 나타내잖아요. 감정은 자연스런 거니까요.”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그럼 싫어하는 감정은요?” “싫어하는 감정도 갖지 않으려고 훈련해요. 아, 싫어하는 음식은 있네요. 감자, 콩, 토마토…” “콩이나 토마토는 알겠는데, 감자는 왜 싫어하시는데요?” “감자는 너무 달아서 싫어요.” “감자가 너무 달다니, 당신은 역시나 이상한 사람이군요.” “그렇게 말하는 당신도 상당히 이상해요.” “어디가 이상하죠?” “그거 알아요? 당신이 나를 인터뷰하는 동안, 나도 당신을 인터뷰하고 있었죠. 나는 당신을 관찰했어요. 말투, 표정, 태도, 지금 차고 있는 시계 같은 것. 왜 그 시계를 차죠?” 그는 내 아이워치를 가리키며 물었다. “쿨해 보이니까요. 사실 지금 다른 곳의 시간과 싱크돼 시간은 맞지 않아요. 일종의 스타일이죠. 또 무엇을 보셨나요? 말씀해 주세요.” “당신은 이상해요. 나는 텔레노이드를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모두가 안드로이드만 좋아하죠.” “다들 텔레노이드를 좋아한다면서요. 저는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궁금한 거에요.” “그래요. 텔레노이드에 대해 그렇게 질문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당신은 신기한 사람이에요.” 그는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나도 그를 마주봤다. 처음처럼 이상해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텔레노이드를 안고 있는 치매 할머니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어요. 만일 어느 가까운 미래에, 뉴로로봇 기술이나 가상현실 기술이 좀 더 발달하면 말이죠. 남편을 잃은 할머니에게 뉴로칩을 심고, 텔레노이드에 죽은 남편의 인성을 심어서 여전히 현실에서 함께 한다고 믿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남편의 말투, 취향, 그리고 냄새 같은 것을 가진 텔레노이드는 현실의 비극을 감당할 수 있게 만들 것 같아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당신은 안드로이드와 사랑에 빠질 수 있나요?” 나는 대답했다. “아직은요, 하지만 언젠가는. 인간은 배신을 하잖아요. 하지만, 나만의 맞춤형 안드로이드는 내게만 충실하겠죠. 인간은 누구나 외롭고, 배반당하는 걸 두려워하니까, 언젠가는 안드로이드를 믿고 사랑하게 되겠죠. 그게 별로 먼 미래의 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들, 사람에 상처입은 사람들, 장애를 가진 사람들, 특이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 그들은 안드로이드와의 사랑으로 구원받을 것이다.

   “교수님은요? 에리카가 인간 여자보다 예쁘다고 하셨잖아요.” “나도 아직은요. 에리카는 인간의 의식을 탐구하는 데 매우 중요해요. 그건 내 다음 목표죠. 하지만 에리카는 내 연구주제이지, 사랑하는 대상은 아니에요. 나도 아직 안드로이드보다는 인간 여자를 좋아하죠.” 나는 안드로이드 파트너마저 인간을 배신하는 미래에 대해, 그 파국에 대해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는 말을 했다. “재미있겠네요.” 그는 무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라운지에선 신인가수가 나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노래가 좋은데요. 저 가수는 대성할 거예요.” 이시구로 교수는 갑자기, 공수를 내리는 무당처럼 선언했다. 

   “텔레노이드는 일종의 종교적 상징처럼 보여요. 인간은 무언가를 창조하기를 원해요. 유대교 신앙의 골렘이나 괴물을 만들어낸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욕망 같은 거죠.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욕망과도 비슷한데, 그보다는 좀 더 신적인 욕망이에요. 지금도 당신은 카리스마 넘치는 교주처럼 말해요. 당신은 미래가 보이나요? 스스로 신이 되고 싶은 건가요?” 

   로봇을 만드는 인간의 욕망이 종교적인 열망과 닿아있다는 건, 내 오랜 생각이었다. ARSO의 강연이 있던 전날 밤, 폴 오 교수, 루이스 센티스 교수와 맹렬히 토론했던 주제이기도 했다. 이시구로 교수는 그 열망을 순순히 인정했다. 
   
   “사실은, 종교를 만들기를 원했던 적이 있어요. 텔레노이드를 신으로 추앙하는 종교죠. 5년 전에 싱가포르에 교회 같은 걸 꾸민 적이 있어요. ‘텔레노이드 처치’였어요. 이벤트성 팝업 스토어 같은 거였지만요.” 그는 짐작보다 한 발 더 나가는 사람이었다. “맞군요. 어쩐지 텔레노이드는 사람의 형상을 본뜬 게 아니라,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 같았어요. 외계인이나 별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는 눈을 크게 떴다. “그래요, 맞아요. 예수 같지요. 나는 그걸 꿈에서 보았어요.” “꿈에서 텔레노이드의 영감을 받았다고요?” “네, 어느 날 꿈에 그 형상이 나타났어요. 나는 거기 사로잡혔어요.” 놀라운 일이었다. 이 시대, 가장 첨단의 로봇공학자가 꿈과 종교를 말하고 있었다.

   “나는 디자이너에요. 엔지니어이기도 하지만, 내가 만드는 모든 로봇은 내가 디자인하죠. 텔레노이드를 스케치했을 때, 팀원 모두가 극렬하게 반대했어요. 이건 좋은 로봇이 아니라는 거였어요. 하지만 내게는 신념이 있었죠.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팀에서 나가라고 말했어요. 아무 것에도 토 달지 말라고, 의심하지 말라고.” 역시 모두가 텔레노이드와 사랑에 빠지는 건 아니었다. 내 의심이 옳았다. “당신은 독재자였군요. 그것부터 일종의 신앙이었네요.” 이시구로 교수의 생일, SNS에 남겨진 실험실 사람들의 메시지에는 ‘친애하는 대장님(our dearest boss)’라고 적혀 있었다.
“결국 텔레노이드는 큰 성공을 거뒀어요. 가장 미래적인 로봇이고,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성과를 나타냈어요.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 인간과 로봇의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거에요. 정부로부터 엄청난 펀딩을 받았죠. 꿈에서 본 내 디자인이 옳았던 거죠.” 


   그는 인터뷰 내내, 생각보다 자주, 웃었다. 시차 때문인지 몰래 하품을 하기도 했다.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졌고, 이야기를 하다 말고 갑자기 음악을 들어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헤어질 때는 내게 작은 기념품을 선물했다. 우리는 기념사진을 한 장 더 찍었다. 그러나 마지막 사진에조차 그는 끝내 웃음의 증거를 남기지 않았다. “왜 사진 찍을 때 웃지 않아요?” 마침내, 나는 가장 궁금하던 걸 물었다. “그건 나답지 않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갑자기 내 앞에 서 있는 그가, 진짜 사람인지 제미노이드인지 궁금해졌다. “한 번 안아봐도 돼요?” “슈어!” 내 등을 안고 선 그는, 따뜻했다.

[히로시 이시구로 교수 바이오그래피]*결혼과 자녀 출생에 대해서는 "20년 전 결혼했지만, 언제나 집이 아닌 곳을 떠돌며 연구하고 있다"고만 밝혔습니다. 

히로시 이시구로(石黒浩)
1963년 일본 시가현에서 출생 (만 57세)
1986년 일본 야마나시대 졸업
1991년 일본 오사카대 박사
1994년 일본 교토대 교수
1998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방문교수
2000년 일본 와카야마대 교수
2003년부터 오사카대 교수 (Intelligent Robotics Laboratory 디렉터)
2006년 로보컵2006 베스트 휴머노이드(키즈 사이즈) 어워드 수상
2007년 자신을 본뜬 안드로이드 ‘제미노이드’ HI-2 개발
2007년 HRI2007 베스트 논문 및 포스터 어워드 수상
2009년 HRI2009 베스트 논문상 수상
2010년 최소 단위의 인간형 ‘텔레노이드’ R1 개발
2015년 여성형 안드로이드 ‘에리카’ 개발

이진주  lady.robot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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